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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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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토건사업’ 3대 메가프로젝트, 청구서가 밀려온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막대한 전력·물·광물·냉각 기반시설 요구하는 ‘자연 추출 기계’
등록 2026-08-06 20:55 수정 2026-08-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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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에이아이(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에이아이(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2026년 7월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콘퍼런스홀에 나란히 선 인물들을 보다가, 나는 이것이 정상외교의 한 장면인지 기업 총수들의 회동 자리인지 잠시 헷갈렸다.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양 날개에 최태원(에스케이그룹), 이재용(삼성전자), 정의선(현대차그룹), 이해진(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 총수들과 함께 젠슨 황(엔비디아),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샘 올트먼(오픈AI), 혹 탄(브로드컴)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수장들이 나란히 늘어섰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한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빅테크 기업 총수들과 나란히 국가의 미래를 선언하는 이 장면은, 이제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진정 ‘깐부’(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2026년 6월 청와대 국민보고회에서 두 재벌 총수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며 그들을 “국민 영웅”으로 칭송했던 대통령의 행동에서는 재계와의 그 어떤 긴장 관계조차 잃은 ‘기업 국가’의 모습까지 엿보인다.

 

진정한 ‘깐부’ 연출한 대통령과 총수들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AI 구상에 앞서 서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팹(생산공장) 증설, AI 데이터센터 신설, 피지컬 AI 투자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예상 투자 규모는 4700조원이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계획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치적을 새 과업과의 연속선상에 두려 하지만, 정작 이들 국가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사업이 우리 사회에 미친 혹독한 대가는 무시하고 있다. 예컨대, 경부고속도로는 무리한 공기 단축이 낳은 인명 희생과 국토 불균형을, 정보고속도로는 통신 재벌 특혜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남겼다.

국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성장과 발전은 그만큼 우리 사회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했다. 게다가 그 희생과 비용은 성공의 자축에 취하면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AI 메가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이재명의 길’은 단지 성장의 과실만을 우리에게 보장할까? 국가의 AI 속도전이 장차 우리 사회에 어떤 청구서를 요구할지 이제라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탈리아 철학자 마테오 파스퀴넬리는 최근 저서 ‘주인의 눈’(김상민 옮김, 동녘 펴냄)에서 AI를 인간의 집단적 활동과 누적된 지식을 추출하고 학습해 자본의 도구로 삼는 ‘지식 추출 기계’라 불렀다. 그의 강조에 덧붙이자면, AI는 ‘자연 추출 기계’적 속성 또한 지닌다. AI가 전력·물·광물·냉각 인프라 등 물리적 자원의 채굴과 활용 없이는 운영이 불가한 ‘자연(생명·물질 자원) 추출주의’적 속성에 기대는 까닭이다.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자본집약적 컴퓨팅 인프라와 통합돼야 AI 체제는 제대로 가동한다. AI의 지식 연산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인프라 규모를 키우는 추출 기계의 ‘업스케일’을 강요한다. AI는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하고 전력과 수자원을 무한정 소모하며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7배 넘는 전력 필요

 

실제로 한국의 3대 메가프로젝트는 AI 자본의 자연 추출 기계적 속성에 맞춰 대규모 업스케일을 구상한다. 마치 국가와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공동 ‘AI 토건’ 사업 같다. 알려진 것처럼, 2029년까지 새로 짓겠다는 데이터센터는 8.4GW 규모이고, 2035년까지 확대될 18.4GW 중 대부분은 SK하이닉스(15GW)와 지에스(GS·2.4GW)의 물량이다. 현재 전국에서 가동하는 100여 개 데이터센터를 모두 합쳐도 전력 용량이 2.5GW 안팎이다. 그런데 이번 계획은 그 총합을 훨씬 초과하는 데이터센터를 단 몇 년 안에 이루고자 한다.

발전설비로 봐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형 원전 1기 설비용량이 대략 1.4GW 수준이니, 1단계에만 원전 6기 분량의 발전설비를 새로 지어야 하는 셈이다. 이는 한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약 140GW)의 6% 정도를 3년 안에 오직 데이터센터만을 위해 추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른 체급의 산업 생태계를 새로 짜는 일이다.

자원 추출 기계를 위한 AI 토건 사업은 우리 국토 곳곳에서 전면화하고 있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서두르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대 16GW에 이르는 전력수요와 하루 167만t이 넘는 공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수도권까지 송전탑, 용수 관로·가압장을 짓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하다. 그와 함께 강원도 동해에 2.4GW, 강릉 일대에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된다. 이들 데이터센터는 인근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전력 수급에 주로 의존할 것이다.

AI는 최근까지도 마치 무색무취의 첨단기술, 심지어 친환경적인 기술처럼 이야기됐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발전소와 폐수처리시설, 고전압 전기설비와 냉각장치를 갖춘 물리적 토목·에너지 인프라 시스템이며, 대형 건물 입지는 물론이고 콘크리트와 철강 등 건설자재가 필요하다. 반도체 팹 역시 막대한 고전압 전력과 공업용수를 소비하는 자원집약적 물리 인프라다. ‘지능’이라는 수사가 이 거대한 토건의 실체를 가리는 동안, AI의 탄소 발자국과 생태계 파괴 문제는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조용히 뒤로 밀리고 있다.

 

생태 위기, 노동 대체, 양극화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는 오히려 반대 흐름이 뚜렷하다. 전력·용수 부족, 생태계 훼손, 소음, 전기요금 인상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저항하거나 중단하는 주가 늘고, 연방 부지에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영구히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국공유지에 기업 데이터센터를 수의계약 형태로 쉽게 임대해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기업에 값싼 전력을 공급하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들 초거대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를 지나면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시설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물리적 인프라만 지역에 남고 정작 노동 대체와 양극화 문제는 방치되는 ‘사람 없는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토건 계획은 노동조건을 뒤흔든다. 2016년 한 택배노동자가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죽인다”며 절규하는 현장을 본 적이 있다. 당시 플랫폼과 AI 자동화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생체리듬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처음 절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AI는 또 다른 방식으로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에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며,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를 주 52시간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동 특례법의 무게는 역사적 맥락에서 더 반동적이다. 무분별한 간접고용을 막으려는 ‘파견 업종 제한’과 비정규직의 상시 노동화를 막기 위한 ‘기간제 2년 제한’은 각각 1998년 외환위기 노사정 대타협과 2006년 총파업의 진통 끝에 나온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부에서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의제다. 예외적 노동시간 연장은 노동계의 말처럼 ‘메가 과로 특구’를 만들 공산이 크다. 가령, 대만 티에스엠시(TSMC)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와 팹 노동자 과로는, 노동조건 완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귀결될지 미리 보여준다.

근본적으로 AI를 중심으로 모든 투자 심리가 얽혀 있는 고변동성의 주식시장 지반 또한 불안정하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미국 5대 빅테크 기업이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추정 부채 1조6500억달러(약 2200조원)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화 속도가 인프라 투자 경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현금흐름의 불균형이 급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업계가 서로 지분을 사고 상대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는 순환거래 구조가 커지면서, 이들의 거래가 실수요가 아니라 회계 위에 쌓인 신기루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만약 빅테크의 AI 거품이 꺼진다면, 그들을 ‘깐부’로 믿고 투자한 국가 재정, 국토 임대, 지역의 전력·용수, 개미들의 영끌과 빚투까지 얹어놓은 이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게 될까.

 

“지구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구상을 “모두의 AI 프로젝트”라 부르며, “‘국민주권 정부’의 역사적 결단”이니 “5천만 국민이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이 구상 앞에서 지역·노동·환경의 문제 제기는 종종 국가 대의에 저항하는 잡음으로 취급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대규모 AI 공사가 누구를 위한 도약이고 누가 그 비용을 치르는지를 따지는 것만이 향후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위험을 막는 최소한의 조처다.

속도와 규모 중심을 감속과 적정 규모 중심의 개발로, 수도권과 자본 중심의 자원 추출을 지역 생태주의적 정의로, 국가와 재벌의 ‘깐부’ 회동을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로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재생에너지 100% 조달이 가능한 곳으로 제한하고 폐열을 지역의 농업과 난방에 재활용하는 북유럽의 생태적 순환 구조를 참고해 의무화하고, 전력과 용수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공시해 그에 상응하는 생태계 부담금을 부과하며, 인프라 건설 단계부터 지역 주민과 노동계,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위원회의 정례화 등 구체적인 AI 인프라 설계 없이는, 지금 청사진은 결국 또 하나의 토건 신화로 남게 될 것이다.

2026년 9월에 열릴 기후정의행진의 구호는 “3대 메가프로젝트,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이다. 이 살인적인 불볕더위와 가뭄 앞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도대체 이 정부는 누구의 희생을 볼모로 이 땅에 생태 파괴적인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매달리는가를 시민사회는 묻고 따질 것이다.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규모가 아니라 절제이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미래이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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