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욕망이 과하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지난 주말 나의 경우가 그렇다. 토요일부터 내 머릿속은 낚시하러 가고 싶다는 열망에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일이 있어 바깥에 나가는 바람에 나는 집에서 아들놈들을 돌봐야 했다. 낚시를 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가까운 욕망에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9시 뉴스를 틀었다. “일요일인 내일 서울·경기 지방에는 5∼20mm가량의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왔다. 이때부터 나 혼자만의 궁리가 시작됐다.
“자, 봐봐. 나 그 동안 많이 굶었어. 낚싯대 잡아본 지가 두 달은 됐다고. ‘노동 OTL’ 취재한답시고 경기 마석에 들어가 낮에는 쎄(혀) 빠지게 일하고 밤엔 소주로 지친 몸 달래느라 힘들었잖아. 주말에는 서울 집에 와서 ‘노동후스트레스장애’에 허덕이는 근육 푸느라 시간 보내고…. 이러저러하게 4주 가까이 내 개인 생활을 양보했으면 된 거 아냐? 이 정도면 낚시 갈 자격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는 내일 비가 온다는 건데…. 내 전과를 돌이켜보건대, 지금까지 비 온다는 예보 무시하고 낚시 갔다가 재미본 적은 거의 없긴 한데 말이야. 퍼붓는 비에 찌도 못 보고 하늘만 원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흠, 근데 말이지 가을비 5mm면 무시해도 좋을 양이고, 20mm 온다고 해도 한두 시간이면 지나가겠지 뭐. 솔직히 비 온다는 건 기상청 주장일 뿐이잖아. 그래놓고 안 온 게 어디 한두 번이야? 그래 일단은 가는 거야.”
기특하게도 다음날 새벽 5시30분에 혼자 일어나 낚시 장비랑, 버너, 코펠, 물까지 차에 챙기고는 경기 여주의 한 둠벙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현장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주변엔 나 혼자다. “거봐, 오길 잘했지.” 신나게 낚싯대를 펴고 떡밥을 주기 시작하는데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계속 내렸다. “비 피하는 동안 ‘아점’이나 먹자.” 내 소형차 해치백을 열고 뒷좌석을 앞쪽으로 접어놓으니 그 안에 조그만 공간이 생긴다. 닭처럼 차 안에 쭈그리고 앉아 ‘라면 한 젓가락 먹고 하늘 쳐다보고’를 반복하는 사이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졌다. “좋아, 1시간 정도 눈 붙이고 나면 그치겠지, 뭐.”
운전석에 앉아 잠깐 졸았나 싶다. 살짝 실눈을 뜨는데 비바람에 이리 누웠다 저리 엎어졌다 요동을 치는 갈대가 눈에 들어온다. 파라솔은 바람에 날아가 저만치 물속에 처박힌 채 버둥거린다. 둠벙의 수면에는 파도가 일고 낚싯대도 받침대에서 떨어져 나뒹군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이 모든 상황이 멈추길 기다렸다. “낚시는 원래 기다림 그 자체잖아.” 30여 분 뒤 비는 그쳤으나 물고기들은 불안함에 모두 깊은 물속으로 숨어버린 뒤. 2시간여 버텨봤지만 찌는 쇠말뚝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짐을 쌌다. 그리고 자위했다.
“붕어들아 내 말 좀 들어봐. 과한 욕망에 눈멀어 판단 그르치는 멍청이가 어디 나뿐이니? 멀쩡한 강에 보 쌓고 강바닥 파내면 물이 깨끗해질 거라고 믿는 멍청이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데. 안 그래?”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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