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는 인류 역사에 관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준다. 태곳적의 대홍수는 성경 노아의 방주를 통해서뿐 아니라 여러 문화권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실인 것 같다. 화산 대폭발이든 운석의 충돌이든 어떤 형태론가 일단 커다란 불길이 있었고 곧 엄청난 대홍수가 닥쳤다는 설명이 잉카, 수메르 등 여러 문명권의 전설로 전해진다. 그 대홍수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까지 휩쓸었는지는 알 길 없으나, 기록이 남아 있는 문명들로 유추해볼 때 적어도 아메리카, 중동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 일부는 그 홍수의 영향권이었고,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오늘날 인류 조상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거인들(Watchers·감시자들)의 존재도 흥미롭다. 창세기에는 ‘네피림’이라는 이름의 거인족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대홍수 전후로 위대한 현자 거인들이 있어서 이들이 피라미드도 마추픽추 성벽도 페루의 나스카 돌그림도 이스터 석상도 가능케 했다는 (그레이엄 핸콕)류의 해석은, 지구에 살았다는 또 다른 인류- 우리처럼 능력이 비루하거나 본성이 옹졸하고 탐욕스럽지 않은- 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한편으로는 우리의 멸망 이후 또 새로운 인류가 출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살지 않을까 하는 공상도 가능케 한다.
지구의 멸망은 인류의 오랜 공포였지만 일부에게는 또 희망이기도 한 채 사람들 머릿속에 머물러왔다. 영화 속 노아도 학을 떼며 말하듯이, 개별 인간이 어떻고를 떠나 이 인류라는 종 자체가 이기적이고 욕망으로 가득하고 비겁하고 우둔하다. 모든 생물 종 중에 유일하게 사악함과 비열함을 속성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노아는 진리와 자유를 희구하는 인간의 긍정적 성격조차 부정한 채 자신을 포함해, 인류를 절멸시키고 창조자가 만든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운 동산을 돌려놓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자기만이라도 창조주의 원뜻에 맞게 살고 싶었던 노아지만, 여러 다른 족속들을 만나며 그들의 악행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다. 자기와 자식들을 포함해 인류란 그저, 물로든 불로든 싹 쓸어버려야 하는, 창조주의 완벽한 정원의 오점일 뿐이다.
성경에 따르면, 신은 대홍수 뒤 무지개를 보여주며 이제 다시는 물로 세상을 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신은 그 약속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켜왔지만, 물의 재난은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아직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천안함에서, 체력수련 바다 훈련에서, 그리고 세월호에서 물속에 희생된 소중한 영혼들이 부디 큰 고통 없이 가셨기를, 이젠 편안히 쉬시기를. 오늘날 우리에게는 고작 한 가족을 구원할 만한 방주도 없는 것 같다.
• [표지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
• [표지이야기] 땅끝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땅
• [이슈추적] 이런 막장드라마, 다시 없습니다
• [이슈추적] 이념적 쌍둥이 남매의 분리 불안
• [기획] 친박 ‘전멸의 경고등’ 깜박깜박
• [특집] STX의 몰락, 샐러리맨의 몰락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국 비판한 중국 외교수장 “어떤 나라도 경찰·법관 역할 할 수 없어”

국힘 “베네수엘라 침공, 한국에 보내는 경고” 황당 논평

한동훈 당원게시판 ‘징계’ 수순…국힘 윤리위 구성 의결

내란의 대가는? 윤석열 이번 주 최고형 구형받을까

김도읍, 정책위의장직 사의…장동혁 체제 4개월 만에 ‘균열’

중국에 80% 가던 베네수 석유…트럼프, 시진핑 ‘에너지 목줄’ 조이나

트럼프가 통치한다 했지만…베네수 대법 “부통령이 권한대행”

베네수엘라 다음 덴마크 찍었다…트럼프 “그린란드 반드시 가질 것”

한·중 경제·통상 양해각서 14건 체결…지재권 보호 기반 마련

뒤에서 모두를 보듬고 떠난 안성기…“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