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태어난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운 좋은 세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과외와 학원 수강이 금지됐을 때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을 갔든 안 갔든 일자리는 찾아보면 있었으며, 크게 어렵지 않은 시절에 초년생으로 사회에 자리를 잡아갔다. 이들은 어디 가서 자기주장을 하고 논리를 펴는 데 두려움이 없었고, ‘아래아한글’의 태동기와 PC통신의 진화부터 컴퓨터 문명의 대중화 첫걸음을 함께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 양쪽 모두에 익숙한 유일한 세대로 등극했다. 안 그래도 말 잘하던 세대가 새로운 매체기술까지 장악하면서 자유자재로 자기 생각과 주장을 쏟아냈다. 이들이 30대가 되자 유사 이래 가장 주목받는 30대가 됐고, 40대가 되자 역사를 통틀어 가장 목소리 큰 40대가 됐다. 이들은 50대에도 60, 70대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떠들고 주장을 하고 이해관계를 관철할 것이다.
이런 반짝이는 세대의 일원으로 묻어가는 나는 그래서 내 노년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100세 시대에 발맞춰 정년도 연장시킬 것이고 존엄사도 합법화할 것이다. 노인들이 눈치 안 보고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것이고 그간 쌓은 경험을 사용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할 것이다.
다큐의 울림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의 스크린 버전 같기도 한 를 보았다. 영화 중반부터 물을 쏟듯 쏟아지는 눈물에 얼굴이 번질대면서도 어딘가 불편했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지만 이분들을 머나먼 제3세계 어린이 보듯 측은히 여기게 이끄는 시선. 그리하여 결국 나도 저렇게 해로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불쌍한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는 마음을 더욱 들게 하는, 당사자들의 시선이 잘 안 보이는 흐름이 걸렸던 것 같다.
지금까지 노년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타자화되고 관찰당하는 대상으로 매체에 나타났다. 그들의 고속버스 춤만 해도, 거기 어떤 재미가 있고 그것도 잘 추려면 어떻게 추는 게 좋을까 하는 관점보다는, 한 덩어리로 싸잡아 촌스럽고 추한 할머니들의 주책 취급만 받았다. 추위를 피해 지하도에 모여앉은 할아버지들은 그 일대 물을 다 흐리는 추물 집단으로만 여겨졌다. 지하철을 타도 눈에 거슬리고 햄버거집에 가도 어색하고 카페를 가도 우중충하게 손님 쫓는 방해꾼 대접만 받았던 것이다. 느티나무 아래서 장기 두는 것 외에는 다 웃음거리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 세대의 노년이 기대된다. 아마 우리가 저 연배가 되면 우리 힘으로 노인들 얘기를 직접 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또다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최초의 노년 세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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