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를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뭐라고, 한 번만 더? 아니 그럼 언제는 날아봤다는 건가? 와이프가 커튼 칸막이 뒤에서 몸 팔아 번 돈으로 커피나 사마시는 이 루저가?
내가 왕년에…라는 내러티브는 참 흔하고 쓸쓸하다. 과거가 실제로 화려했건 안 했건, 기억과 세월의 풍화작용은 과거를 어느덧 찬란한 유적지로 변형해놓는다.
날았던 기억이 있는 모든 이들의 희망은 다시 나는 것이다. 언제 갈아입었는지도 알 수 없는 고쟁이 바람으로 돋보기 불장난이나 하면서 뭔지 모를 알약으로 죽어가는 청년도 내일의 비상을 꿈꾸며 겨드랑이의 날개 흔적을 만져본다. 날아봤던 자만이 아는 좌절이 있고, 날 뻔했던 이들만이 아는 절망이 있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만 보이는 시계(視界)를 보았던 사람은, 거기서 뛰어내렸건 날아올랐건 겁나서 돌아왔건 간에, 시야를 메웠던 그 뷰를 잊지 못한다. 사람은 대개 언제나 더 높이 겨냥하기 때문에 정작 이룬 것은 보잘것없게 느껴지고 결국 나는 순간에도 날고 있는 줄을 모른다. 오로지 추락하고 나서야 ‘아, 그게 날았던 거구나’ 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은 자신의 인생무대에서 비상을 원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왕년에 잘나갔던 슈퍼 히어로 리건은 이제는 사람들 기억의 중심에서 밀려나 몇몇의 머릿속에서 추억으로나 존재하는 배우다. 그는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가진 것을 다 털어 브로드웨이 연극을 준비한다.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 학교 연극무대에서 우연히 어린 리건을 보고 칭찬해줬던 극작가 레이먼드 카버를 추억하며, 블록버스터 속에서 사그라졌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연기력을 새롭게 불태워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평가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러나 여정은 순조롭지 못해 연기 파트너는 끝없이 말썽을 피우고 재활 중인 마약중독 딸과는 계속 갈등을 빚게 되며 끌어온 돈은 바닥나고 급기야는 평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가 악평을 쓰겠다고 벼르는 사태를 맞는다.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사람들이 그나마 기억하는 것은 왕년의 버드맨일 따름이고, 그와 연관지어 지금의 노력은 그저 놀림거리가 될 뿐이다.
날았던 기억이 있는 모든 이들의 희망은 다시 나는 것이지만 전과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날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리건이 단칸방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저주할 때도 세상을 원망하며 집기를 집어던질 때도, 그는 줄곧 이미 날 줄 알고 있었다. 실은 리건이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그 힘, 재능, 그 실력. 미운 오리 새끼 역시 미움받던 시절에도 날개는 이미 있었던 것을. 결국 리건은 자신의 방식대로 다시 비상하지만, 이 말도 들려주고 싶다. 날개의 역할은 안전한 착지에도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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