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눈에 당장 보이는 세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권하는 기독교 신자 친구가 많다. 그중 가장 그럴듯했던 것은 의 이 대목이었다. 예컨대 작가가 오은하라는 인물을 가지고 소설을 쓸 때, “오은하는 전화를 끊자마자 소리를 질렀다”라는 문장을 쓴다면, 소설 속 세계에서는 전화를 끊는 것과 소리를 지르는 것 사이에 아무런 여유도 없이 시간이 딱 붙어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전화를 끊자마자”까지 쓰고는 놀러 나갈 수도 있고 낮잠을 자거나 여행을 하고 올 수도 있다. 즉, 작품 속 오은하에게는 조그만 틈도 없이 딱 붙어 있는 시간이지만 작가는 얼마든지 그 사이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 페이지 뒤로 가서 과거를 고칠 수도 있고 미래를 미리 쓸 수도 있는데, 여기에는 그 어떠한 불가능도 모순도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차원’을 달리하니, 시간이 선형적이지 않고 구부러져 있으며 앞과 뒤뿐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도 서로 통하고 어느 지점에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적어도 상상은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의 5차원 공간 묘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책에서의 깨달음이 시각화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충격도 잠시, 3·4차원에 속했을 따름인 내 머리는 지극히 저차원적 질문들에 묻혀버렸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왜 수염과 머리칼이 안 자라지? 우주에선 원래 그런 건가? 만 박사는 우주선에 그냥 한 자리 끼어 타면 되는데 왜 살인까지 저지를까? 저 아빠는 왜 딸만 예뻐하는 거야? 쿠퍼는 왜 책장 뒤에서 “오지 마” 메시지도 보내고 연구소 좌표 정보도 보내지? 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미래 인류가 알려준 덕분에 현 인류가 중력방정식을 풀게 됐다는 건데, 그럼 그 미래 인류는 대체 그 방정식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다는 거지? 시간의 순환논법이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시간이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동적인 건가봐.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3차원 세계에 갇혀 있지 않은가. 앞서 예를 든 작품 속 오은하처럼 어쨌거나 이 세계를 탈출할 수는 없는데. 평범한 3차원 인간인 내가 사고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책장 장면의 고차원적 충격만큼이나 3차원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온 장면은 바로 이것이었다.
“바지 하나 살 때도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은데, 아이의 미래를 숫자 하나로 결정합니까? 점수만 갖고 내 아이를 다 안다고요?” 쿠퍼가 교무실에서 절규할 때, 성적이 평범한, 톰과 동갑인 15살 아들과 영화를 보던 엄마는 울컥해서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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