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제목이 주는 미혹과 달리, 로맨틱코미디로 유명한 영화사 ‘워킹타이틀’의 달콤한 크림 같은 크리스마스용 신제품은 전.혀. 아니다. 제목에 속아서 골랐다가 실존 인물인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러브 스토리인 걸 알고는 영화 시작 직전 잠시 후회했지만, 덕분에 매우 성실한, 어른의 사랑론을 관람하게 됐다.
‘국민 물리학’ 를 통해 배웠듯, 호킹 박사는 현대물리학의 두 축이되 서로 모순되는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통합 원리를 찾고자 했다. 우주의 사정은 그렇다 하고, 이 땅의 사랑의 두 축은 또 과연 무엇일까? 육체와 영혼? 의리와 에로스? 연애와 결혼? 이들을 동시에 설명하는 원리가 있기는 할까? 호킹 박사는 ‘시간’에서 실마리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아내 제인은 사랑의 여러 모순된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역시 시간이라는 변수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즉 이 영화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대한 어른스러운 답,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
몸이 불편한 천재 물리학자의 아내 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뭇사람들의 상상 이상이다. 상대가 천사같이 사랑스러운 신생아일지라도 돌봄은 지치게 마련인데, 하물며 내가 때로는 의지도 하고 싶은 배우자임에랴. 몸과 정신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돌봄이 필요한 섬세한 남편인 까닭에 제인은 늘 한계에 도전하는 벅찬 삶을 산다. 이런 가운데 찾아와 호킹 가족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우며 삶에 스며든 한 남자는 제인의 마음을 서서히 잠식해간다.
시간이라는 것은 현대물리학에서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결정적 요소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이란 반드시 시간의 검증까지 통과해야 할까? 끝까지 감당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은 사랑이 아닌가? 육체적 끌림과 영혼의 교감이란 서로 다른 것인가? 이 설명하기도 대답하기도 어려운 질문들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영혼이 통한다는 것과 몸이 움직인다는 것의 관계, 몸과 마음의 상호 끌림과 변화를 설명하려면, 우주를 탐구한 호킹 박사도 알 수 없었던 사랑의 세계를 설명하는, 그래서 결국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학설이 필요하다(이 영화의 원제목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학설’이다).
끝도 시작도 없고 모든 변화를 수용하는 것, 그럼에도 사랑해서 좋았다고 인정하는 것, 그 자체로 완성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 시간을 이기는 것은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은 그야말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
오은하 직장인·영화진흥위원회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