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언젠가 미국에서 일군의 다국적 학생들이 모여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미국 아이들 셋에 나머지 다섯은 중국, 대만, 레바논, 이탈리아, 그리고 물론 한국 학생이었는데, 가볍게 시작한 얘기가 슬슬 미국 성토로 번졌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불평으로 시작된 화제가 미국이 그 원조임을 지적하면서 미국 문화의 얄팍함으로 흐르더니 급기야는 미국 정치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엔 약이 오른 미국 학생들에게서 “그렇게 싫어죽겠는데 왜 굳이 미국까지 와서 욕을 하고 있냐, 세계는 미국의 짐일 뿐이다” 하는 막말이 나오고 이것이 “악당 주제에 큰형인 척하지 마라” vs “세계의 자유를 위해서다” “그래봤자 미국이 결국 원하는 건 전세계 착취다” vs “혜택도 기억해라, 왜 받을 건 다 챙기고 욕하냐” 구도로 자리잡으며 서로 당황할 무렵, 하얀 이마에 분홍색 뺨 그리고 붉은 기 섞인 금발로 선량한 미소만 짓던 저기 북쪽 시골 출신의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하면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겠니?” 그러고는 다툼은 곧 종료됐는데 다음에도 계속 얼굴을 봐야 할 사이라는 걸 퍼뜩 자각하고 자제한 덕도 있지만, 그 별거 아닌 말을 하는 아이의 얼굴에서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진정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연민과 오해받는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 그럼에도 이 갈등은 결국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해맑은 신념이 읽혔던 것이다.
는 미국이 세계의 형이 돼야 하고, 또 될 수 있다고 믿은 한 사내의 얘기다. ‘남자는 힘! 의리! 형제! 희생! 그리고 정의!’라고 믿으며 전국 로데오 대회를 휩쓸던 텍사스 청년 크리스는 이 모든 게 합쳐진 한 공간을 전쟁터에서 발견한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최고의 스나이퍼가 되어 중동 전쟁터에서 영웅으로 등극하지만, 국가 차원의 명분은 개인의 희생을 먹고 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외로운 세상에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왔다. 인생이란 무엇이고, 잘 살고 잘 끝낸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 전작들에는 비록 슬픈 파국일지언정 서로 기댈 만한, 주인공이 가장 사랑했던 가치를 함께 사랑한 누군가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그런 존재도 없다. 그리고 실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가치를 위해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맞는다. 특유의 생명력과 헌신으로 다시 새롭게 살아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탁 끝나버리는 인생. 도대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또 두려워진다. 선량한 미국인 크리스가 느꼈을 혼란과 외로움과 절망이 그대로 전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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