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도 버스도 무섭지만…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 엉엉.” 어느 자동차보험 CF를 볼 때마다,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그 여성 운전자의 눈물을 닦아주고픈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아아, 저도 제가 제일 무서워요.
책 만드는 일에도 ‘사고’는 있다. 지난주에 두 권의 책에 똑같은 실수가 있었다. 담당 편집자가 은밀한 목소리로 ‘대표님~’ 하고 부를 때 직감했다. 자진신고에 나는 다정하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사고는 수습하라고 있는 거야.” 이런 초연함은 개인의 인품과 상관없다. 그건 나의 원죄와 관련이 있다. 어느 일본 남자에 눈멀어 한국인들이 그렇게 바라는 ‘노벨문학상’을 그의 목에 걸어준 죄.
그해 3월, 온 사무실 사람들이 나의 봄바람을 알고 있었다. 왜냐고?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출간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겐이치로가 누구냐.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받았으나 상금을 전액 경마에서 잃은 현대문학의 기수! 평론집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희대의 글쟁이! 그럼 겐지는 누구냐. 을 비롯해 수많은 동화와 시를 남긴 일본의 대표 작가! 애니메이션 의 음울한 모티브를 제공한 요절한 천재!
는 완전 폼 나는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24편을 재해석한 소설집이었다. 게다가 번역자가 노마 문예번역상을 받은 양윤옥 선생님이라니! 나이만 많았지 경력 짧은 늦깎이 편집자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작가의 사진을 붙여두고 그들의 미모(?)를 찬양하기까지 하던 나는 ‘이런 대작가들을 한국에서 꼭 유명하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에 불탔다. 그랬으니 ‘겐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라는 정체불명의 블로그를 발견했을 때, 의심은커녕 이미 감동으로 가슴은 터져버렸다.
여기서 상식 퀴즈. 아시아에서 몇 명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요? 정답은 세 명. 인도의 타고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그러면 저 눈먼 편집자가 정신 차린 건 언제일까요? 잘못된 보도자료와 책을 막 언론사에 보낸 다음.
어떻게 수습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몇몇 분에게 새삼 감사를 표한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도 여럿 죽여봤습니다”라는 전자우편을 보내준 H지의 최아무개 기자님, “괜찮아요. ‘감자를 고구마로 바로잡습니다’라는 기사도 있는데”라던 J지의 기아무개 기자님. “호호, 나는 어떻게 그렇다고 생각했지? 상을 받을 만하지. 안 그래 보경씨?”라던 양윤옥 선생님. 말 그대로 은인이십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할 분은 ‘펭귄클래식코리아’를 맡고 계신, 당시 팀장이던 이영미 대표님. 지금의 저처럼 관대한 척 유세도 떨지 않고 조용히 봐주시기만 하던 모습, 내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찌 다른 이들의 사고에 입을 대겠습니까. 저는 아직도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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