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2월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관람한 뒤 상품관에서 기념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여기에는 행정가 출신 특유의 유능한 이미지가 작용한다.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명은 합니다’란 슬로건을 잠시 썼다. 당시에 다른 것으로 바꿨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를 떠올린다. 번지르르한 말만 앞세우거나 핑계만 대는 지도자 혹은 정치인과 달리, ‘이재명은 정말 뭔가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다. 과정보다는 결과, 이상보다는 현실, 명분보다는 능력이 앞서는 실용적 인물상인 셈인데, 정치에 대한 전방위적 불신이 만연한 오늘날 이는 지도자에겐 큰 자산이다.
코스피 5000 달성은 결정적이었다. 그게 실제 가능하리라 생각한 유권자는 많지 않았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 코스피 지수는 6000을 넘겨 모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주식시장 활황에는 물론 대통령의 의지와 상법 개정 등 정책 이슈가 작용했지만, 산업적 변수의 영향이 컸다. 즉, 때를 잘 만난 면도 있는 거다. 그러나 우스개를 섞어 말하자면, 이런 시대에 지도자가 되는 것도 능력이다.
어찌됐든 그런 대통령이 이제 부동산을 말한다. ‘다주택자’와 ‘투기꾼’을 겨냥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과 비슷하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뭔가 해낼 것 같은’ 이미지가 있기에, 유권자 반응은 당시와 좀 다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드라이브가 국정 수행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에 집을 정리하려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지지자들 사이에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지도자라도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대통령 혼자 답을 내기 어렵다.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상급지로 연쇄 이동을 한다지만 당분간은 현금 부자들의 리그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데까지 가려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포함한 더 정교한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입자 부담 전가론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드라이브를 걸면 늘 나오는 반대 논리 중 하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여기에 직접 반론을 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으면 실수요자가 구매할 집이 생기고, 그러면 전월세 수요가 줄어들고, 따라서 세입자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는 족족 현재 세입자 신세인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 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잖아도 부동산 정책은 심리적 측면이 큰데, 이런 점에서 정부가 세입자 대책에 대한 방어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금융기관 건전성 문제 등을 볼 때 필요하지만, 무주택 가구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임대 공급 구조 재편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소셜미디어에 쓴 것은 이런 이유라고 본다. 앞으로 구체화한 정책 내용을 기대해본다.
대통령은 최근 농지 문제도 언급했다.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명시 만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해 방치한 농지는 강제로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지 문제는 인사청문회에도 단골로 나올 만큼 오랜 골칫거리다. 당연히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매각 명령이 아니라 농지 자체, 그러니까 농업을 둘러싼 쟁점이다. 농업에 종사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농지는 개발 대상이 아니면 매력 없는 상품인 게 사실이다. 따라서 경자유전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농지 매각은 농업 대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정권 차원의 어떤 접근이 있는가? 농지 매각 언급은 부동산이 아니라 이 대목을 묻게 한다.
만일 정상적 정치 구도였다면 대통령이 직접 쉴 새 없이 내놓는 이런 메시지는 하나하나 모두 상대방의 공격 대상이 됐을 것이다. 물론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지도자의 메시지가 정책적 공격 대상이 되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좀더 날카롭게 벼려진 반박 논리를 내밀 기회를 얻었을 거고, 정부 정책도 현실적 면모를 더하는 기회를 갖게 됐을 것이다. 대통령 외에 여러 유능한 관료가 나랏일을 설명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평가에선 지금보다는 단점이 좀더 부각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윤석열에게 인정됐음에도 ‘절윤’을 말하지 못하는 제1야당 덕인지, 지금 대통령은 마치 약점이 없는 지도자 같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 회자하는 ‘뉴 이재명’은 본래 이런 바탕 위에 서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뉴 이재명’이라는 말 자체는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의 세 차례에 걸친 패널조사에서 나왔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또는 취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을 새롭게 지지하게 된, 전통적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는 색깔을 달리하는 유권자층을 일컫는 표현이다. 선거 때 단골로 인용되는 ‘토끼론’으로 보면 산토끼요, 성향으로 보면 중도층이며, 투표 행태로 보면 스윙보터이다. 그런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실용과 유능함의 서사가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개혁 논쟁 등을 거치면서 당청 간 거리감이 부각되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이슈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된데다 여기에 전당대회 구도까지 엮이면서 이 개념은 정파화된 프레임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뉴 이재명’이 특정한 의미를 가진 개념이 아니라 정청래 대표 및 이른바 친청계, 당적조차 다른 조국 혁신당 대표 등과 그저 대립하는 이들을 일컫는 개념으로 여겨지면서 무엇이 ‘뉴’고 무엇이 ‘올드’인지 모를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이제 어떤 이들에게 ‘뉴 이재명’은 앞서 언급한 유권자 특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념이 돼버렸다. 어떤 기반에 발을 딛고 무엇을 지향할지를 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가 누구를 반대한다더라는 식의 서사만을 따지는 정치만 횡행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26년 2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 및 결의대회에서 “공소취소 즉각 추진, 국정조사 즉각 추진”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을 보면 비슷한 정치를 연상하게 된다. 처음 이름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여당 사람들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모임을 만든 것은 명분이 부족한 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대의에 동의하지 않는 쪽에서라면, 넓은 의미에서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지 않겠는가?
정치공학으로 봐도 이건 자해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내란과 내분으로 엉망진창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작정한 듯하다. 지방선거를 지더라도 당권만 쥐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당원이 재신임해줄 것이니, 당권을 쥐는 동안 경쟁자 제거에만 집중하자는 심산인 것 같다. 모든 정권은 말기에 인기가 폭락하는데, 혹시 아는가? 그때가 되면 국민이 다시 제1야당을 바라봐줄지. 그때 당내 주류인 사람이 결국은 대권에 가까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그럼에도 그때까지 뭔가 할 말은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꺼내는 것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주장이다.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한 날도 사법부에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를 요구했다. ‘우리 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적을 상정하고 상대를 악마화해 ‘우리 편’을 단결시키는 고전적 전략이다. 이 전략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너무나도 좋은 소재이다.
‘공소취소 모임’은 이 좋은 소재를 공짜로 발굴해 안겨준다. 야당 입장에서 보면 ‘그런 모임을 만들라고 대통령이 시켰는가’로 시작해 활용할 수 있는 논리가 무궁무진하다. 대통령과 관련해 ‘공소취소’라는 단어가 회자하는 것 자체가 보수세력에는 나쁜 조건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공소취소 모임’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내가 대통령을 이렇게 위한다’고 과시할 목적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물론 다들 정치인이니 그런 목적의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왜 하필 ‘공소취소’냐는 거다. ‘솔선수범’이라고 할 수도 있잖은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책 어젠다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관철하는 모임을 자처하면 어떤가?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정치 문법에서 이런 것은 매력이 없다. 기득권에 억울하게 당한 일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호소력이 있다.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앞서 ‘뉴 이재명’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청래·조국 대표 등이 새로운 기득권인 ‘뉴 이재명’에 ‘올드’로 매도당하고 있다거나(애초 개념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는 모두 ‘올드 이재명’이지만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 대표 등과 손잡고 진영을 장악한 정청래 지도부에 의해 골탕을 먹고 있다거나 하는 구도이다. 이렇게 오늘날 여의도 정치 서사에는 억울한 존재들만 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장동혁 대표와 ‘윤 어게인’ 유튜버들은 윤석열이 1심 유죄여서 억울하고, 비주류들은 제명 등 징계를 당해서 억울하다. 그중 한동훈 전 대표는 엘리엇 소송 등 법무부 장관 시절 업적을 민주당 인사들에게 평가받지 못해 억울한 것도 있다.
이 와중에, 이런 여의도식 서사에서 그래도 책임을 감당하는 존재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당은 당의 일을, 청은 청의 일을 잘하면 된다” “대통령은 뒷전이 된 일이 없고, 그렇게 느낀 적도 없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은 물론 정부 지원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등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그래도 여기서 봉합하고 중심 잡고 가야 나랏일이 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법왜곡죄 일부 수정에 손을 들어줄 수 있었던 것에도 대통령이 숨을 좀 틔워준 맥락이 일부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렇게 돌고 돌아, 대통령의 실용적 인물상은 다시 강화된다. 정치적 조건이 대통령을 더 돋보이게 하는, 말 그대로 이재명 시대인 것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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