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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군사 위협’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세 가지 이유

미국, 핵·미사일 족쇄 채우려… 어떤 협상 시나리오도 이란 국민에겐 재앙적
등록 2026-02-05 23:40 수정 2026-02-06 13:04
2026년 1월31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슬람 혁명 47주년에 즈음해 ‘건국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6년 1월31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슬람 혁명 47주년에 즈음해 ‘건국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슬람공화국 수립 47주년, 이란이 전례 없는 ‘이중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위기 심화 속에 전국을 뒤흔든 시위 사태는 사상 최악의 유혈진압으로 이어졌다. 정권의 정당성은 치명적으로 훼손됐다. 미국은 이란 주변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뭘 원하는가? 이란은 어디로 향하는가?

“대규모 미국 해군 전단이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군은 준비가 돼 있고, 의지도 충만하다. 신속한 사명을 위해 필요하면 무력도 동원할 수 있다. 이란이 신속하게 협상장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1월2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바레인 인근 수역에 전함 3척 △호르무즈해협에 구축함 2척 △아라비아해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구축함 3척 등을 배치한 상태다. 이란 주변 각국에 있는 미군기지에도 전투기와 폭격기 등이 증강 배치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22일 이란의 3대 핵시설인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에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폭격한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은 즉각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번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미국이 작전을 수행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

미국은 왜 지금 군사적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을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2025년 6월 ‘12일 전쟁’ 기간에 공습과 표적암살 등 이스라엘군의 전방위적 공격으로 이란 정권이 취약해졌다.(제1570호 참조) 둘째, 중동 일대에서 이란의 주요 동맹세력이 힘을 잃었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궤멸적 상황에 직면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눈에 띄게 힘을 잃었고, 오랜 세월 든든한 동맹이던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2024년 12월 아예 붕괴했다. 셋째, ‘12일 전쟁’ 이후 물가 폭등과 환율 급락 등 경제위기 심화 속에 이란 정권의 취약성이 한층 심해졌다. 2025년 12월 말부터 이란 전역을 휩쓴 거리시위가 이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정권 붕괴’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다.

2026년 1월31일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슈퍼호닛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1월31일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슈퍼호닛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란에 대한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포기와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50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란에서 1천㎞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에 대한 타격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다.

따져볼 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완벽하고 전면적으로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12일 전쟁’ 이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이나 핵탄두 개발 능력을 복구했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도 1월28일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중동 각국과 미국의 안보에 대한 ‘임박한 위협’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이란 주변으로 군사력을 증강 배치한 이유는 뭘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월28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중동 일대에 주둔한 미군 병력은 3만~4만 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이란의 무인기와 탄도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란이 이들을 공격할 조짐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어적 선제타격’을 결정하는 데 증강 배치된 군사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세적 경고’에 머무는 이란 정권

“이란은 아무도 공격할 의사가 없다. 하지만 침략과 도발엔 단호하게 반격을 가할 것이다.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전쟁을 시작한다면, 지역 차원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월1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세적 ‘위협’이 아닌 수세적 ‘경고’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월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위협과 비합리적 기대가 없는 대화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면 미국과 협상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이란은 국익의 관점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6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회담에 나서기로 했다. 애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이집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 대표단도 참석하는 형식으로 열기로 했지만, 이란 쪽 요청에 따라 오만에서 미국과 이란이 ‘일대일’ 회담을 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1월26일)·사우디아라비아(1월27일)·요르단(2월2일) 등 미군이 주둔 중인 주변 각국 정부는 자국 내 미군기지와 영공을 이란 공격에 활용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2026년 2월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미국의 드론 공격을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진 옛 미국대사관 주변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2월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미국의 드론 공격을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진 옛 미국대사관 주변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윗코프 특사는 이란과의 직접 협상에 앞서 2월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 등을 만났다. 협상의 최대 변수가 이스라엘이란 점을 새삼 확인시킨 셈이다. 앞서 바르네아 국장은 2025년 12월16일 열린 모사드 내부 행사에서 “이란이 다시 한번 세계를 속이고 ‘나쁜 핵합의’를 체결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된 합의, 제한적 전쟁, 권력 붕괴…

협상 전망은 어떨까? 사남 바킬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2월3일 현지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첫째, 강제된 합의다. 이란이 △핵개발 제한 △강력한 사찰 수용 △미사일 능력 제한 등을 받아들이는 대신 제재 완화와 미국 기업의 투자 등을 얻는 방식이다. 바킬 국장은 “당장 전쟁은 막을 수 있겠지만, 정치적 대가가 클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며 “안팎으로 정권의 생존을 위한 거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제한적 전쟁이다. 미국이 △이란 지도부 △미사일 전력과 방공망 △잔존 핵시설 타격을 통해 정권을 마비시키면, 이란은 △중동 각국 미군기지 △해상교통로 △이스라엘 도시를 겨냥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동 전역에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셋째, 통제 불능의 붕괴 사태다. 외부 압박에 내부 불안이 더해져 권력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이란이 리비아와 시리아 같은 장기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바킬 국장은 “세 가지 모두 이란 국민에게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안정도, 민주화 이행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중동 전역으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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