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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랐고, 도시는 좁아졌다

[우리동네뉴스] ‘벨 것이냐’ vs ‘살릴 것이냐’ 해법 찾기… 오래된 가로수와 공존하는 법 모색할 때
등록 2026-09-24 22:40수정 2026-09-27 08:35
전북 전주시 서곡3·4길 도로 옆으로 가로수인 낙우송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1995~1997년 심은 30년 된 낙우송 145그루로, 최근에는 자라난 뿌리와 낙엽 등으로 주민 생활과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천경석 기자

전북 전주시 서곡3·4길 도로 옆으로 가로수인 낙우송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1995~1997년 심은 30년 된 낙우송 145그루로, 최근에는 자라난 뿌리와 낙엽 등으로 주민 생활과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천경석 기자


“지금이야 보기 좋죠. 여름 지나고 가을 되면 지옥이에요.”

전북 전주시 서곡지구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최연수(55)씨의 말이다. 여름이면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지만, 가을이면 떨어진 잎이 도로에 쌓이고 땅속으로 뻗은 뿌리는 보도블록을 들어 올린다. 주민들이 직접 비용을 들여 지하 시설물을 고치는 일도 생겼다.

서곡지구의 낙우송 145그루는 1990년대 중반 계획도시를 만들면서 심었다. 30년 가까이 자란 나무와 도시의 생활공간이 부딪히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30년 자란 나무 ‘골칫거리’ 전락

 

주민들은 나무를 한꺼번에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26년 8월31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낙우송을 제거한 뒤 새로운 가로수를 심지 않거나,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주민들에게서는 전주시가 단계적으로 정비하면 사업이 중간에 멈출 수 있다는 불신도 있다.

반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일괄 벌목보다 문제가 확인된 나무를 중심으로 선별·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주시도 애초 전면 정비를 검토했지만, 논의를 거쳐 선별 정비안을 마련했다. 다만, 고민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어느 정도 안을 정립해놓으면 주민들에게서 또 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본질이 흐려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외면할 수 없지만, 30년 된 나무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무를 옮겨 심는 것 역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지하에 가스관이 지나고, 전봇대와 가까워 뿌리와 수형이 훼손된 나무도 있다. 무리하게 이식하면 시설물을 건드릴 수 있고, 옮긴 뒤 살아남기 어려운 나무도 있다.

결국 서곡지구의 문제는 ‘나무를 벨 것이냐, 살릴 것이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의 생활권과 도시의 녹지, 오래된 나무를 관리해야 할 행정의 책임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서곡3·4길 낙우송 가로수 우선 정비 대상 현황.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 전주시 서곡3·4길 낙우송 가로수 우선 정비 대상 현황.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서곡지구가 중요한 이유는 비슷한 문제가 다른 계획도시에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조성된 도시들이 30년 안팎의 시간을 지나면서 당시 심은 가로수도 함께 늙어가고 있다. 전주시 역시 여러 노선의 오래된 가로수를 대상으로 수종 교체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불편 알지만, 없앨 수도 없는 딜레마

 

전주시는 주민 의견을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에 전달하고 환경단체와도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담당자는 서곡지구가 “추후 다른 곳에 대비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전주시 도시숲 조성·관리계획에는 2033년까지 21개 노선의 가로수 6204그루를 수종 교체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30년 전 도시를 만들 때 가로수는 ‘심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는 자란 나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도시와 공존시킬지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나무를 베는 것은 한 번이면 끝나지만, 다시 같은 크기의 나무를 키우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렇다고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만 할 수도 없다. 서곡지구의 낙우송은 도시가 오래된 가로수와 함께 늙어가는 법을 찾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전주=천경석 한겨레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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