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김부겸 이후를 생각하다

등록 2026-06-13 09:47 수정 2026-06-14 09:03
2026년 6월2일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6월2일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한겨레21은 다음주 발행하는 잡지에 어떤 기사를 실을지 정하는 편집회의를 보통 그 전주 금요일 오후에 합니다. 2026년 6·3 지방선거 직후 발행될 제1617호의 편집회의가 5월29일 열렸습니다.

‘김부겸 후보가 지금 대구에서 벌이는 싸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짚는 것이 좋겠다.’

회의 결론에 따라 그날부터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대구 출장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김부겸 후보가 발표한 주요 공약 내용을 전한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부겸 후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김부겸, 인간 김부겸을 먼저 알아야겠다.’

그래서 2011년과 2019년 출간된 김부겸 후보의 자서전, 그리고 2015년 나온 김부겸 후보의 대담집을 서둘러 샀습니다. 출장 전에 읽고, 가서도 읽었습니다.

책들을 읽고 나니 “대구를 살리기 위해 내 영혼을 갈아 넣겠다”는 김부겸 후보의 호소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대담집에서 ‘정치적 다양성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김부겸 후보는 다섯 번째로 대구에 출마해 한국 정치의 병폐인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말이 아닌 몸으로 보였습니다. 말만 하고 일은 안 하는 지금의 정치와는 달랐습니다.

또 “저를 써먹어달라”며 중도적, 유보적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개혁을 추진할 때도 핵심 지지층에만 기대지 않고 유보적 지지층을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외치면서도 핵심 지지층에만 기대고, 설득과 타협을 내팽개친 지금의 정치와 구분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2030 청년들이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청년들을 함부로 타자화하고 비난했습니다.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잘못과 오만함은 전혀 문제 삼지 않습니다. 반면 김부겸 후보는 일자리가 없어 대구를 떠나는 청년들을 끌어안았습니다. 그가 선거 유세 때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3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대구’와 ‘경제’, 그리고 ‘청년’(아들딸)입니다. 그는 마지막 유세 때도 ‘일자리 좀 많이 만들어달라’며 울먹이는 청년들을 떠올렸습니다.

상생과 공존, 통합은 김부겸 후보의 일관된 정치철학입니다. 그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입니다. 비록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는 졌지만, 대구 안팎의 많은 시민이 보인 반응은 그의 정치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았음을 보여줬습니다.

김부겸의 정치가 그리워질 때가 올 겁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제1617호 표지이야기: 6·3 지방선거로 본 민심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443.html
<김부겸이 아니라 민주당이 패배했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452.html
<김부겸, 졌지만 더 크게 이겼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451.html
<희비 엇갈린 '대권 잠룡', 한동훈과 조국의 운명은>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445.html
<진보정당, '달걀로 바위 치기'는 계속된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435.html
<다시 열린 진보 교육감 시대… 민주시민 교육 탄력 받을듯>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