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사 본연의 활동은 정상 운영된다.”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JTBC)는 2026년 6월15일 중앙그룹 내 5개 법인(지주사 중앙홀딩스, 제이티비시,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이 법원에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한 사실을 알리며 말미에 이렇게 강조했다. 그룹 전체 차입 부채가 2조8천억원에 달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음에도 ‘뉴스 기사를 쓰고 방송은 내보내는’ 본연의 활동을 강조해 ‘신뢰의 추락’만큼은 막으려 했다.
특히 제이티비시는 같은 날 메인뉴스인 ‘뉴스룸’에서 “전반적인 대외여건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앞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나가면서 그 진행 상황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각종 조사에서 신뢰도 1위에 올랐던 제이티비시가 약속한 ‘언론사 본연의 활동’과 ‘진행 상황의 투명한 공개’는 중앙그룹 부도 사태를 다루는 데도 지켜졌을까.
제이티비시 공식 누리집을 기준으로 중앙그룹 부도 관련 기사는 6월15일 뒤로 단 한 건도 없다. 중앙일보 역시 지면에 입장문을 내놓았을 뿐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거리로 나섰다. 사비를 털어 변호인단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선 이들만 250명으로, 피해 금액은 325억2천만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제이티비시가 발행한 수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자본시장에 내다 판 신한투자금융과 키움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중앙그룹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고자 작성한 다음 증권사에 배포한 투자설명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중앙그룹 투자설명서에는 그룹 계열사 간 채권 돌려막기, 지급보증, 차입금 등 연쇄 부도를 야기한 불안 요소가 언급돼 있지 않았다. 대신 ‘2026 상반기 중 유상증자’ ‘단단해진 채널 경쟁력’ ‘가벼워진 비용구조’ 같은 긍정적인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제이티비시는 “신한증권 내 내부심사를 위해 작성한 참고 자료”라고 발뺌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제이티비시가 쌓아온 “올바른 언론”의 이미지를 투자설명서에 투영해 받아들였다. “공정한 언론이 있어야 사회가 바로 서는데, 제이티비시가 그런 언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무너져 큰 충격을 받았어요.” 5년간 모은 9천만원을 투자한 박아무개(45)씨의 말이다.
중앙그룹 부도 사태는 재무 부실을 숨기고 채권을 발행한 회사,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이 사태에 대한 심층 취재와 보도는 “언론사 본연의 활동”과 맞닿아 있다. 그간 제이티비시가 가장 집중해온 영역이기도 하다. 제이티비시는 7월13일 “투자자들과의 소통 창구를 최대한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그룹은 언론 본연의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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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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