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안동은 전통적인 유교 문화의 본고장으로 유명합니다. 보수인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고, 1당 독점 체제가 뿌리 깊은 곳입니다.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의 기득권이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현재 안동·예천 지역구 김형동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권기창 안동시장(국민의힘)이 각각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입니다.
2026년 6월8~9일 이틀 동안 안동에서 녹색당 간판을 달고 나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뽑힌 허승규 당선자를 인터뷰하고, 유권자들을 현장에서 취재하고 왔는데요. 허 당선자가 출마한 선거구인 임하면(농촌)과 강남동(도농복합지역)에서 만난 유권자 10여 명 중 “기후와 환경, 녹색전환 등 지향하는 가치가 맞아서 허 당선자를 지지했다”는 25살 청년 1명을 제외하곤 누구도 허 당선자를 지지하는 이유와 관련해 ‘이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권자들은 허 당선자가 지역 행사와 봉사활동 등에서 늘 눈에 띄고, 심란한 상황에 처한 주민들의 민원을 경청하고 그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으며, 사상 최악의 초대형 산불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열심이었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지역에 밀착해 ‘풀뿌리 정치’를 실천한 허승규라는 인물의 효능감을 인정한 것입니다.
“당 자체가 래디컬(근본적·급진적)한데 제 언행이 래디컬할 필요는 없죠.” 허 당선자의 말입니다. 녹색당 강령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성장과 경제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정당이며,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넘어선 문명사적 전환을 만드는 녹색정당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정치는 기성정당과 같을 수 없습니다.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이처럼 ‘래디컬’한 녹색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허 당선자는 ‘존중과 유연함’을 전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오랜 세월 사회문화 질서가 형성된 곳에 새로운 가치관이 들어가려면 여러 전략이 있겠지만, 저는 기존 사회문화에 대해 동의 여부나 옳고 그름을 떠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가령 제가 실현하고 싶은 의제가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 다섯 가지를 한 번에 제시하는 걸 주민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면 우선 한두 개만 제시하는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동에서 녹색당 창당 14년 만에 첫 공직선거 당선자가 나온 것은 이러한 허 당선자의 ‘존중과 유연함 전략’이 주요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선거를 통해 지역에 뿌리내리고 세상을 바꾸기를 희망하는 진보정당들에 “녹색당도 현실정치에서 된다는 결괏값을 보여준” 허 당선자는 좋은 교보재가 될 듯합니다. 한겨레21은 앞으로 4년 동안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펼쳐갈 허 당선자의 녹색정치도 계속 관심 갖고 취재하겠습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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