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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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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빈자리를 외국인의 침묵으로 채울 것인가

임금체불·차별·성폭력에도 말 못 하는 노동현장, 처우 개선 없이 외국인 요양보호사부터 늘리는 정부
등록 2026-07-11 11:13 수정 2026-07-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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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한 사람으로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중국동포 출신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강영희(68·가명)씨가 인터뷰를 마친 후 남긴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급여가 보장하는 돌봄 외에 추가적 돌봄을 맡았던 영희씨는 돌보던 노인의 낙상 사고 뒤 해당 노인의 가족으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습니다. 무혐의 결론을 받았지만 체불 임금 250만원은 결국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외국인이어서 체불 임금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수사에 대응하기도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영희씨는 현재 다른 일터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이 만난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은 이렇게 임금체불뿐 아니라 차별과 성폭력, 언어장벽, 계약 밖의 가사노동,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임금, 조직 적응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외국인이라 말하기 어려웠다”고 공통적으로 고백했습니다. 피해를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일을 그만두는 것. 선택지는 그 둘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족한 돌봄 인력을 채우려 외국인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제도를 통해 국외 청년들을 유치하고, 전문인력 비자를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돌봄 인력이 겪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어려움은 고스란히 앞으로 요양보호사가 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자를 대가로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 높은 생활비, 자격 취득에 드는 학비와 각종 수수료를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오래 유지될 수도, 정당화될 수도 없습니다.

외국인 돌봄 인력 확대 이전에 필요한 것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입니다. 요양보호사 임금은 치매 노인 돌봄 등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아울러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상용직 중심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논의,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확충하는 논의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돌봄 인력 부족은 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외국인력 확대 논의에 앞서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일입니다.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는 돌봄 현장을 만드는 것이 그 변화의 출발입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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