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문경케이블카, 환경도 안전도 뒷전…기자가 직접 훼손현장 가 보니

300억 쏟아붓고 선거 앞 ‘속도전’… 쓰러진 나무 세다 200그루에서 멈췄다
등록 2026-03-20 11:14 수정 2026-03-23 14:33
경북 문경시 주흘산 관봉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나무 수백 그루가 베어져 있다. 경계를 표시한 말뚝이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 옆에 박혀 있다. 류석우 기자

경북 문경시 주흘산 관봉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나무 수백 그루가 베어져 있다. 경계를 표시한 말뚝이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 옆에 박혀 있다. 류석우 기자


 

빽빽하던 숲이 사라졌다. 경북 문경시 주흘산 관봉에서 약 300m 떨어진 능선은 마치 포탄을 맞은 것 같았다. 베어진 나무를 세어보다 200그루에서 멈췄다. 여기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소나무 등 천연림이 수십 년 넘게 우거졌던 곳이다. 휑하니 드러난 공터 중앙에 철제 구조물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 세워질 ‘문경새재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구조물이다.

100년 된 나무 베고 산양 쫓아내고

한겨레21은 2025년 9월 주흘산 현장 취재를 통해 문경시의 케이블카 사업 부지 내에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흔적을 보도했다.(제1583호 참조) 산양이 케이블카 사업 지구로 유입될 가능성이 작다는 문경시의 조사와 배치된 결과였다. 이후 ‘전국케이블카 건설중단과 녹색전환연대’는 환경부에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1월, 문경시는 하부정류장 부지의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케이블카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한겨레21은 2026년 3월17일 다시 한번 현장을 찾았다. 녹색연합 활동가, 문경 시민들과 직접 현장을 점검해본 결과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언급된 조처가 이행되지 않거나 공사 안전 관련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예정지의 훼손이 계획보다 더 심각했다. 문경시가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토지 소유주로부터 강제수용한 전체 부지는 2천 평 정도다. 문경시는 애초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상부정류장의 건축물은 구조물 형식의 건축계획을 수립해 훼손 수목을 최소화하고 현 지형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면적을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상부정류장 등 구조물을 세울 공간만 ‘훼손 면적’이라고 표시했다. 문경시가 밝힌 ‘훼손 면적’은 약 360평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문경새재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부지 모습. 나무가 베어진 중앙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하기 위한 구조물이 보인다. 녹색연합 제공

하늘에서 바라본 문경새재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부지 모습. 나무가 베어진 중앙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하기 위한 구조물이 보인다. 녹색연합 제공


 

현장에서 확인한 훼손 면적은 이를 훨씬 상회했다. 현장에서 찍은 드론 사진을 토대로 나무가 베어진 훼손 면적을 측정해보니 문경시가 강제수용한 전체 부지 2천 평과 비슷한 면적이었다. 현장에는 ‘경계점’이라 적힌 빨간색 말뚝이 여러 개 박혀 있었는데, 이 말뚝 너머로도 나무가 베어져 있었다. 특히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무는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려 안아도 모자랄 정도로 크고 굵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과)는 “수령 110년 정도 되는 신갈나무와 수령 약 90년의 소나무가 확인된다”며 “대략 수령 100년 정도 된, 정말 희소한 고산지대 숲을 망가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소규모영향평가 보완 내용을 보면, 하부정류장 훼손 수목 가운데 140주(10%)를 이식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이식 흔적도, 이식을 위한 표식도 발견할 수 없었다. 문경시는 이에 대해 한겨레21에 “가설삭도(작업을 위해 임시로 설치한 케이블카) 지주 설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만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본격적인 하부승강장 공사가 진행되면 협의 내용에 포함된 수목 이식 사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문경새재 4번 주차장에서 이어진 하부정류장 예정지 모습. 정류장 부지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 케이블카가 지나는 노선 모두 나무가 베어졌다. 이 중 15%의 수목이 이식돼야 하지만, 아직 이식된 것은 없다. 녹색연합 제공

문경새재 4번 주차장에서 이어진 하부정류장 예정지 모습. 정류장 부지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 케이블카가 지나는 노선 모두 나무가 베어졌다. 이 중 15%의 수목이 이식돼야 하지만, 아직 이식된 것은 없다. 녹색연합 제공


정상 인근 비탈면에 방치된 쇠기둥

이번에 완전히 벌목된 상부정류장 부지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 2025년 녹색연합 조사에서 어미 산양과 아기 산양이 함께 포착된 장소다. 이 사실이 한겨레21에 보도된 이후 문경시는 “2025년 12월 산양 예상 이동 경로에 무인센서카메라와 먹이급이대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상부정류장 인근에선 먹이급이대를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문경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당시 상부정류장에서 627m 떨어진 주봉 인근에서만 산양이 관찰됐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함께 현장을 관찰한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먹이급이대 설치는 일시적 조처일 뿐 산양의 서식지 교란에 대한 적극적 조처가 될 수 없다”며 “그런데 그런 먹이급이대조차 상부정류장 인근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건, 상부정류장 일대에서 서식하는 산양의 이동 동선을 반영한 결과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흘산을 9시간 동안 산행하며 산양 배설물만 10차례 확인했는데, 이 중 상부정류장~6번 지주 인근에서만 5차례 발견됐다. 대구지방환경청과 문경시는 공사 중 산양 출현시 즉시 공사를 중지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2025년 7월2일 주흘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예정지 인근에서 찍힌 어미 산양과 아기 산양. 이 두 산양은 2025년 6~8월 카메라 설치 기간 동안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됐다. 녹색연합 제공

2025년 7월2일 주흘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예정지 인근에서 찍힌 어미 산양과 아기 산양. 이 두 산양은 2025년 6~8월 카메라 설치 기간 동안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됐다. 녹색연합 제공


 

케이블카 공사 현장에선 안전 측면에서 위태로운 장면도 포착할 수 있었다. 상부정류장과 직선거리로 약 100~200m 떨어진 곳, 6번 지주가 설치될 공간에 수백 개의 쇠기둥 묶음이 놓여 있었다. 문제는 이곳이 비탈면인데도 로프 하나로 묶어 나무에 걸어놓은 것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로프 고정 없이 덩그러니 놓인 쇠기둥 묶음도 있었다. 이 구조물들이 놓인 바로 뒤편은 가파른 계곡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면 이 구조물들이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공사 자재는 왜 이렇게 위험한 상태로 방치됐을까. 한겨레21 취재 결과, 문경시는 공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안전점검 수행기관 지정 절차를 매듭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6년 2월에야 안전점검 수행기관 모집 공고를 올렸고, 3월9일 등록명부 및 지정 결과를 공개했다. 건설기술진흥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이 점검은 수행기관이 해야 하는데, 아직도 수행기관과 계약조차 맺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인 가설삭도 계획서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부터 시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겨레21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문경새재 케이블카 관련 답변 자료를 보면, 문경시는 2025년 12월26일 기준 가설삭도 세부계획이 ‘작성 중’이라며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6년 1월부터 곧바로 공사에 돌입했다. 문경시는 이와 관련해 “1월부터 기본적인 준비 작업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안전관리계획서(가설삭도 설치계획 포함)가 승인된 후 본격적인 구조물 설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이런 의혹들에 관해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경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2025년 11월 국무총리실에 케이블카 사업 부실 의혹에 관한 자료를 전달했고, 국무총리실은 최근 문경시로부터 의혹에 대한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무총리실은 한겨레21에 “(감사 관련 일체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고, 문경시도 “감사와 관련된 사항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시 주흘산에 들어설 문경새재 케이블카 6번 지주가 세워질 장소. 수백 개의 쇠기둥 묶음이 비탈면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로프로 묶어 나무에 걸어둔 쇠기둥 묶음도 있지만, 그냥 놓인 묶음도 있다. 류석우 기자

경북 문경시 주흘산에 들어설 문경새재 케이블카 6번 지주가 세워질 장소. 수백 개의 쇠기둥 묶음이 비탈면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로프로 묶어 나무에 걸어둔 쇠기둥 묶음도 있지만, 그냥 놓인 묶음도 있다. 류석우 기자


지자체장 재선 욕심에 무리하나

문경시가 이렇게 무리하게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며 문경시에 여러 차례 질의와 자료를 요청해온 문경 시민 박준형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미 투입된 예산만 300억원(총예산 611억원)이 넘어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으니까 보여주기 위해 포클레인부터 투입한 거예요.”

신현국 현 문경시장은 재선을 위해 3월16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문경(경북)=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