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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교섭 거부? “20년 축적된 노란봉투법 운동 쉽게 안 꺾여”

노중기 한신대 교수 “늦게 잡아도 2000년부터 시작… 원·하청 불합리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높아”
등록 2026-02-20 18:35 수정 2026-02-25 17:32
2026년 2월10일 경기 수원 한신대학교에서 만난 노중기 사회학과 교수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하라’는 피켓 옆에 서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2월10일 경기 수원 한신대학교에서 만난 노중기 사회학과 교수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하라’는 피켓 옆에 서 있다. 신다은 기자


2026년 3월 원청 사용자의 교섭 의무를 명시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원청은 여전히 교섭을 회피하고 고용노동부는 소수 노조를 탄압하는 창구 단일화(한 기업에 노조가 둘 이상이면 교섭권을 한 군데만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령에 또다시 적용했다.

하청 노조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운 걸까.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과)는 비정규 노동운동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운동이 적어도 20년 이상 축적됐고 불합리한 경제 구조를 바꾸자는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는 것이다. 국가의 노동통제를 연구한 노 교수를 2026년 2월10일 경기 수원 한신대에서 만났다.

 

—원·하청 교섭이 최초로 법에 명시됐다.

“노동권 보장이 점점 넓어지는 흐름이다. 잘 상상이 안 되겠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귀족 노조라고 욕하는 재벌회사 원청 노동자들도 안정적으로 교섭권을 확보한 게 아이엠에프(IMF) 이후 15~20년 사이의 일이다. 그땐 정규직 노조여도 민주노총 소속이면 사용자가 교섭 안 하려고 했고 굉장히 공격적으로 대했다. 다행히 이들은 이제 크게 싸우지 않고도 합법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교섭권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비정규직이랑 왜 교섭을 해야 하냐, 잘라버리면 그만인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사회 문제가 된 건 정규직과 똑같이 자동차 바퀴 다는 사람들이 임금을 절반도 못 받고 노조 인정까지 못 받자 불법파견 소송(하청 노동자가 사실상 원청 정규직과 다름없음을 증명하는 소송)으로 우회로를 뚫었기 때문이다.

원래도 사용자·노동자 개념을 확대해서 실질적 주체끼리 교섭하는 게 목표였다. 그게 바로 돌파가 안 되니까 제조업 중심의 불법파견을 먼저 제기했고 이제 서비스업의 하청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논의의 출발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00년이다.”

 

—원청 기업은 여전히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하청 문제는 단순히 노사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특수성과 연결돼 있다. 다른 나라도 자동차 공장과 부품사가 있지만 한국처럼 원청이 하청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는 없다. 재벌 기업이 그렇게 수익을 올리도록 국가가 도와준 건데, 효율은 좋았을지 몰라도 다수의 하청 노동자 권리를 빼앗았다.

다 망하기 직전이라던 한국 조선업이 다시 경쟁력 얻은 이유가 뭐겠나. 하청 노동자한테 연봉 1억 대신 3천만원 주고 생산하니까 아직도 중국하고 저가 경쟁이 되는 거다. 하청 노조와 제대로 교섭하면 연봉 1억 주는 데 몇 년 안 걸린다. 자본가들은 대번에 ‘조선업 망하자는 거냐’고 하겠지만 그건 양날의 검이다. 비용 절감 쪽에 출구가 없다면 미뤄둔 경영 혁신을 할 거다.”

 

—지금은 비용 절감의 관성이 더 강해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선 노란봉투법 통과를 안 시키는 게 제일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인데 그걸 못 막았다. 그들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 임금 결정 구조를 사용자의 힘으로 너무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결국 터진 거다. 그 비용을 이제라도 물어야 하는데 최대한 적게 물려고 연구한 게 창구 단일화다. 원래도 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를 사실상 금지하는 수단이었다. 2009년까지 불법이었던 민주노총 노조 설립을 이명박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풀면서 사실상 복수노조 금지와 똑같은 효과를 갖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개별 기업 교섭에 쓰이는 창구 단일화 제도를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에도 적용하려고 한다.

“최근 노동부가 만든 시행령은 기존 제도보다 더 개악된 것이다. 원청과 하청은 같은 사업장이 아니라서 창구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의제에 한해 하청 노조와 교섭하면 된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것도 원청 노조와 또다시 창구 단일화를 하도록 했다. 법이 시행되면 분명 문제가 생기고 해결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창구 단일화 제도가 옳냐 그르냐로 번질 거다.”

 

—노란봉투법이 다자 간 교섭을 담보할까.

“우리 노동운동 역사에 굽이굽이마다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는데 노란봉투법도 그렇다. 이제까지 하청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전체 노동시장의 60~70%가 실질적 사용자에 대해 교섭권이 없었다. 그걸 하나하나 깨서 여기까지 온 거다. 우리나라의 굉장히 복잡다단한 지배 구조가 허물어지는 동력이 노동운동 발전이고 자본의 합리화다. 이제까지 한국 재벌은 직접고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 도입을 늘리고 하청, 플랫폼 등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했다. 그 결과 쿠팡처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나아지지 못하고 과로사하냐’ ‘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와 교섭 한 번 못 해보냐’는 사회적 압력이 축적됐다. 거기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이 힘으로 올라오고 있다.”

 

—자본은 인공지능(AI) 도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똑같은 문제가 19세기 후반에도 있었다. 영국 방직 산업에 큰 기계가 들어와서 노동자들이 수천 명씩 일하는 대공장 모델이 만들어졌다. 그때도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사라진다, ‘노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적 시선이 있었다. 그런데 대공장 체제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유럽의 산별노조운동과 복지국가를 만들었고 독일 사민당과 같은 진보정당으로 이어졌다. 이후 20세기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이 ‘기술 혁신이 장기적으로 기업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노동조합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그 결론이 맞다고 생각한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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