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았던 최말자(왼쪽)씨가 2025년 9월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오랜 벗이자 조력자인 윤향희씨와 손을 잡고 있다. 부산=이종근 선임기자
최말자(79)씨에겐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하나는 공부였다. 최씨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좋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딸이 그랬듯 ‘여자가 무슨 공부냐, 시집이나 가라’는, 남성들이 쌓아 올린 벽에 가로막혔다. 2019년 8월 한국방송통신대 졸업으로 최씨는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하나 풀었다.
다른 소원은 그를 죄인으로 만든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국가의 형벌권은 법에서 정한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해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61년 전, 검찰과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인 최씨에게 형벌권을 행사했다. 최씨는 영문도 모른 채 죄인이 됐다. 줄곧 자신의 무죄를 당당하게 외쳤지만 사회는 모른 척했다.
좀처럼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검찰과 법원에 재심 청구로 맞서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선 ‘달걀로 바위 치기’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최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964년 그땐 내가 소녀였지만, 지금은 호랑이가 됐다. 호랑이가 돼서 계속 지켜볼 거다.” 그 의지가 여성들을 움직였고, 사회를 움직였다. 최씨의 남은 소원은 2025년 9월10일 이뤄졌다.
최씨가 끝을 볼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희망을 잃지 않아서였다.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습니다.”(9월10일 재심 재판부 무죄 선고 뒤 기자회견 발언) “이제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을 만들어달라고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7월23일 재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최씨가 세운 희망의 등대를 계속 밝힐 책임은 정치에 있다. 성폭력에 저항한 행위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 나아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그 피해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거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법을 만들고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 중 하나가 정당이다. 그런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라는 곳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전방위로 2차 가해를 쏟아냈다. 조국혁신당 이야기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최말자 호랑이 옆에서 길을 연 사람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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