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서부터 ‘마산 아귀찜’을 자주 먹었습니다. 이사 간 친구를 보러 경남 창원에 자주 갔고 진해에선 2년간 살기도 했습니다. 마·창·진이라 줄여 부르는 통합시(창원특례시) 이전의 모습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통합시는 기억과 많이 달랐습니다. 도시가 전반적으로 낡고 쇠퇴했음을 느꼈습니다. 세 도시 간 격차도 컸습니다. 번화가의 상징인 스타벅스를 창원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마산역 근처엔 한 군데 뿐이었습니다. 출장 첫날 ‘그래도 마산을 취재했는데 마산에서 숙박할까’ 하고 호텔을 열심히 검색했는데요. 마땅한 숙소가 없었던데다 이튿날 경남도청도 가야 해서 결국 창원에 호텔을 잡았습니다. ‘관공서가 없는 마산엔 단체손님도 안 오고 묵을 곳도 없다’던 마산 주민의 한탄이 떠올랐습니다.
창원만이 ‘승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역적 특성이 다 다른 도시를 인위적으로 묶었을 때 자원이 한쪽으로 쏠리는 결과가 불가피했다는 뜻입니다. 마산과 진해가 잘 살면 인접 도시인 창원도 긍정적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창원에 사는 시민들이 마산으로, 진해로 놀러 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세 도시를 하나로 묶어버리면서 각 도시의 발전 계획과 자기결정권이 없어져버린 게 패착이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대중교통은 세 도시 모두 불편했습니다. 대중교통 편의성을 확인하고 싶어 버스로만 이동했는데요. 경남도청 앞은 직선으로 길게 뻗은 도로인데도 버스가 잘 다니지 않아 15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의창구 사림동까지(13㎞)는 버스로 1시간, 의창구 사림동에서 진해구 석동(11㎞)까지는 버스로 50분(환승 대기 시간 포함) 걸렸습니다. 거대한 산업단지를 유치하고 광역교통망을 건설하겠다는 약속보다 당장 ‘평범한 사람이 잘 사는 도시’를 원한다던 주민들 말이 이해됐습니다.
메가시티 담론은 지역 발전을 위한다면서도 그 지역에 사는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 정책으로 당장 영향받는 것은 주민들인데도 그들이 하는 얘기는 너무 사소하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치부하는 것. 수도권처럼 큰 인프라를 유치하고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야만 지역 도시가 살 거라는 인식이 수도권 중심주의의 발로일 것입니다.
지역 도시를 살리는 것은 결국 그곳에 터 잡은 주민들입니다. 메가시티 찬성론자들이 쉬이 포기해버린 지역 공동체의 자생 가능성을 이들은 여전히 확신하고 구체적인 제안도 합니다. 정책 집행자들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순 없을까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만큼이나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주의 깊게 듣는 행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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