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2일 서울 서초구 한 건설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타워크레인 기사와 소통하며 ‘줄걸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날이 덥고 2시간 일했으니 잠시 쉬자고 말했다가 다음날 잘렸습니다. 36도, 38도 그냥 일 시킵니다. 어지럽고 힘들지만 눈치 보느라 그냥 시키는 대로 하고 있고요.” “두 시간당 20분 쉬는 것 좀 지켜라. 목숨보다 더 중한 게 뭐가 있나.” “사람을 갈아넣을 것이 아니면 몇 도 이상에서 긴급 상황 제외하고는 작업 금지하는 것이 맞다.” “대형 건설사 현장은 그나마 얼음물 나눠주니 살 것 같더라. 다른 데 가면 그늘에서 쉴 곳도 없다.” “하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나도 택배 엄청 시키지만 기사님들 제대로 대우해라! 서로 같이 살아야지.”
한겨레21 기자들이 폭염 노동에 직접 뛰어든 뒤 쓴 제1575호 표지이야기 기사에 붙은 댓글들이다.( 뜨거워, 나는 도망쳤으나 그는 죽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759.html ) 2025년 7월21일부터 24일 사이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치솟은 날 수박밭과 건설 현장, 택배·배달 등 대표적인 폭염 노동 현장의 현실을 기록한 기사에 많은 사람이 공감과 분노, 우려를 나타냈다. 폭염 속에 노동자들이 계속 사망하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더 죽어 나가야 돼. 어차피 안 변해”)과 무관심(“누가 그런 노동 하래?”)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자들이 대표적 폭염 노동 현장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티에이컴(ZTACOM)이 개발한 반지형 건강 모니터링 기기 ‘바이탈링’을 착용하고 들어가서 각종 ‘위험 신호’를 수치로 기록했다. 이 기기를 보며 만약 2025년 7월7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오후 4시까지 일하다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ㄱ(23)씨가 이걸 착용했더라면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사망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다.

기자들은 체감온도 35~40도의 땡볕을 견뎌야 했고 보이지 않는 화장실, 존재한다고 보기 힘든 휴게 공간을 원망할 새도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열사병 증상을 경험한 기자들의 피부온도는 평소보다 2~3도까지 치솟았다. 평소 체온이 36.5도라면 38.5도 이상의 고열 상태에 급격하게 빠져든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 상태로 고강도의 노동이 이어진다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후속 작업)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5년 7월17일에야 이뤄졌다. 이번 규칙 개정으로 체감온도가 31도 이상 되는 작업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이 ‘폭염 작업’으로 정의됐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시간이 의무화됐다. 현실은 이 정도의 규칙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기자들이 직접 경험했다.

2025년 7월24일 낮 12시∼오후2시 점심시간에 수박밭 인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주노동자들. 채윤태 기자
폭우 지나 폭염, 폭염 지나 또 폭우다. ‘역대급 폭염’ ‘200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지그재그로 나온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예측한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올여름의 극단적인 기상 상태를 ‘냄비 물이 끓는 상황’에 비유했다. 기후위기의 경고를 무시해온 인간은 바글바글 끓는 냄비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폭염 노동자에겐 폭우도 폭염도 숨 막힌다. 잦은 국지성 폭우에 작업이 중지된 사업장은 밀린 작업을 하기 위해 폭염에 노동자들을 매몰차게 몰아댄다. 더 늦기 전에 “죽을 것 같은 때는 작업 중지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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