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7일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충북 청주시 청원구 문화제조창 중앙광장에서 열린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착공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내 고속철도 현안’. 2022년 10월17일, 현대로템의 임원이 카카오톡으로 명태균씨에게 건넨 문건의 제목이다. 이 임원은 “꼭 좀 부탁드린다”면서 이 문건을 보냈다.
이 문건에는 7100억원대 코레일의 케이티엑스(KTX)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 EMU-320 입찰(2023년 3월 결과 발표)에서 상대 업체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거나 기술점수를 낮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과적으로 상대 업체는 입찰을 제한받지는 않았지만, 1차 기술점수 평가에서 탈락하며 현대로템이 무난히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로템 임원은 “은혜 잊지 않겠다”며 명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당시 명씨의 신분은 ‘민간인’이었다. 현대로템이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는, 정치 브로커에게 ‘국내 고속철도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문서를 보낸 것이다.
현대로템은 “명씨가 민간인 신분을 속이고 의원실 고위급 직책자인 것처럼 활동해 신분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실제로 명씨는 국회의원실과 똑같은 형식의 ‘총괄본부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본인을 소개한 정황이 있다. 그럼에도 현대로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의원실은 보좌관, 비서관, 비서 등의 직함을 쓴다. ‘총괄본부장’이 의원실에 존재하는 공식 직함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대관 담당자는 없다.
물론 대관 담당자가 국회의원을 돕는 공식 직제 밖 인물과 교류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민간인 정치 브로커가 대기업 대표이사와 직접 수주 관련 연락을 주고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3년 4월24일 현대로템 대표이사는 회사가 1조860억원 규모 에스알티(SRT) 고속철도 차량 사업을 수주한 뒤 ‘존경하는 명 본부장님’이라고 존칭을 쓰며 감사를 표했다. 기업 대관 담당자들은 명씨가 ‘권력 실세’인 것을 회사 쪽이 이미 확인했기에 가능한 연락이라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현대로템은 명씨와 교류를 맺은 뒤, 대통령 윤석열과의 만남도 잦아진다. 2022년 11월24일 윤석열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현대로템은 2024년 6월14일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는 윤석열 ‘세일즈 외교’로 포장됐다.
민간인 명씨에게 크고 작은 부탁을 한 건 현대로템뿐만이 아니다. 한겨레21이 파악한 자료에는 대기업, 정치권,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그에게 입찰, 여론조작, 공천, 승진 등을 청탁한 정황이 있다. 명씨가 윤석열 부부 등 권력의 핵심과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몰려온 청탁들로 보인다.
명씨가 어떤 청탁을 받았고, 이를 윤석열 부부 등을 통해 어떻게 실행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21은 이 문제를 계속 탐사할 예정이다. 제보(juneyong@hani.co.kr)도 기다린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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