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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돈 걷을 땐 눈에 띄게 돈 쓰는 건 묻지마

등록 2025-02-15 11:11 수정 2025-02-18 10:38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24년 1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24년 1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1월25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가기 전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하려 한 것은 집회 참가 알바가 있는지였습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면 10만원씩 참가비를 준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교인들에게 인당 5만원씩 주겠다는 발언이 알려진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가면 직접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후 내내 광화문광장부터 시청역까지 길게 늘어선 집회 행렬을 오갔지만 돈을 주고받는 모습은 포착하지 못했습니다.(물론 취재팀이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취재팀이 주목한 건 집회 진행 방식과 현장 분위기였습니다. 지하철역에 내려 집회에 참가한 뒤 다시 역으로 들어오기까지 동선 곳곳에 참가자들에게서 돈을 걷을 다양한 장치가 있었습니다.

역에서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전 목사가 만든 자유통일당 가입(당비 납부 필수)을 권유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집회 현장으로 가는 길목엔 전 목사 일가가 운영하는 사업(퍼스트모바일, 광화문온, 라이피스 등) 관련 부스가 설치돼 있었고요. 집회에 자리잡은 뒤에도, 중간에 헌금을 걷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업장 같았는데, 이곳에서 참가자들에게 되레 돈을 주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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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보도 이후 퍼스트모바일은 입장문을 내어 “탄핵 무효 운동 전부터 집회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해왔다”며 “대규모 모임에서 기업들이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이며, 방송사·유튜브·신문 등에서도 공익적인 목적과 함께 기업 광고가 이루어지는 만큼 집회 현장에서 기업이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왜 전 목사가 ‘광화문 우파 7대 결의 사항’ 중 하나로 퍼스트모바일 가입을 명령하는지, 퍼스트모바일과 광화문 우파 결의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전 목사에게 흘러들어간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드러난 바 없고, 알기도 어렵습니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불문율입니다. 2022년 ‘피디(PD)수첩’이 보도한 사랑제일교회 정관을 보면 “본교회의 인사와 재정은 당회의 결정에 따라 당회장에게 위임하고 그 집행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전 목사가 헌금이나 사업 수익에 대해 밝힌 적은 없습니다. 연금을 빌미로 지지자들에게 더 많은 사업을 구독하고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라고 요구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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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 만난 피해자들은 전 목사가 현금을 이용해 주변 사람들을 부린다고 증언합니다.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특임전도사 이아무개씨와 윤아무개씨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모욕과 명예훼손 등 공격을 받고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이씨와 윤씨 모두 통장을 압류했는데 30만원도 없었다”며 “이들이 지금까지 차를 동원해 집회했던 돈도 결국 전광훈이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과 전 목사의 자금 흐름도 경찰의 전광훈 전담 수사팀에서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의심되는 전 목사는 2월5일 기자회견을 열어 폭동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구속된 특임전도사들과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단 한 번 사건·사고 없이 광화문 집회를 7년 주도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 목사는 2019년 10월3일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전 목사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배후로서 폭력 시위를 사전 계획하고 측근을 동원해 실제 행위로 나아가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 목사의 거짓말과 모르쇠 전략이 언제까지 반복될까요.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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