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내용의 입증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성매매 알선을 했는지 고발 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
2023년 7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역삼동 소재 ‘블○○ 안마시술소’(이하 블○○ 안마)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불송치(각하) 결정을 하면서 고발인 쪽에 이렇게 통보했다.
이 고발은 성매매 업소를 모니터링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다시함께센터)가 2023년 3월 마사지 업소에 대해 현장조사를 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블○○ 안마 쪽은 다시함께센터 직원들이 여성임을 보고 진입 자체를 막고 현장조사를 방해했다. 일반 마사지 업소라면 여성의 진입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 다시함께센터가 이를 의아하게 여기고 온라인에 올라오는 블○○ 안마의 성매매 후기를 종합해 경찰에 고발한 것이었다.
경찰이 이 사건을 각하하며 근거로 든 건 경찰수사규칙 제108조 4항 라호다. ‘고발이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의 게시물, 익명의 제보, 고발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로부터의 전문이나 풍문 또는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 등으로서 수사를 개시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사건을 각하할 수 있게 해둔 규칙이다. 다시함께센터가 블○○ 안마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고발한 건 2018년에 이어 두 번째였는데, 2018년에도 경찰은 2023년과 마찬가지로 불송치 처분을 한 적이 있다.
문제는 1990년대부터 운영돼온 블○○ 안마는 유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도 버젓이 소개가 올라와 있고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에도 자주 등장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클럽형 성매매 업소 중 하나라는 점이다. 다시함께센터가 한 성매매 사이트에서만 확인한 블○○ 안마 성매매 후기만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13건이었다.
그런데 이 업소와 관련한 법적 처벌이라곤 2019년 40대 남성이 블○○ 안마 카운터에서 난동을 부려 영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벌금 50만원이 선고된 사건과 2018년 성매매 업소를 상대로 ‘불법 성매매 운영 사실을 알고 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탕치기’ 피해를 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블○○ 안마를 위해 탕치기범을 잡아준 사건 둘뿐이다.
관할 강남구청의 행정처분도 없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통해 받은 강남구청의 최근 10년간 블○○ 안마 행정처분 내용을 보면, 2023년 6월16일 블○○ 안마가 손님에게 ‘주류 제공 및 취식’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것 외엔 다른 처분을 받은 게 없었다.
이렇게 다시함께센터 등이 유력한 정황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해도 단속이 지지부진하다보니 경찰이 성매매 업소 적발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을 넘어 되레 유착 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한겨레21 탐사팀과 만난 풍속계 소속 경찰은 “2010년대 이후로는 경찰 유착은 없다”고 확언했지만, 유착이 의심되는 사건은 최근에도 확인된다.
지역의 한 경찰청 소속 경찰관 ㄱ씨의 사례가 그렇다. ㄱ씨는 2012년 아내가 운영하던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에서 ㄴ씨와 만난 뒤 서로 형과 동생으로 부르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수년 동안 관계를 이어갔고, ㄱ씨는 ㄴ씨가 오피스텔 등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다가 구속됐던 사실, ㄴ씨가 여전히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됐다. 그러던 ㄱ씨는 2019년 5월 한 카페에서 ㄴ씨를 만나 “조만간 (지역의 한) 경찰청 풍속단속팀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ㄴ씨는 “형이 단속팀에 가면 단속정보를 주면 좋지. 사실 단속해도 좋고 당해도 좋은데 나중에 좀 조서라도 잘 받아줬으면 좋겠어. 구속이라도 면하게 해주든가. 도와주면 돈으로 보답할게”라고 말했다. ㄱ씨는 실제로 두 달 뒤인 2019년 7월 지역의 한 경찰청 생활안전부 풍속수사1팀으로 발령 났다. 게다가 ㄱ씨는 ㄴ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2천만원을 투자해 수익금 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런 행위가 적발되면서 ㄱ씨는 결국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ㄱ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소송을 기각하면서 “원고(ㄱ씨)가 성매매 업자들과 유착을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업소유착 비위징계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업소유착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모두 42명이었다. 유착 내용을 보면 금품 향응 수수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단속정보 제공이 7건, 사건청탁이 6건, 단속중단과 사건 부당처리가 각각 1건이었다. 유착이 일어난 업소 중에서 성매매 업소가 45.2%(19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성매매 업소에 대한 수사가 미흡한 데는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성매매 업소는 경찰이 단속을 나가더라도 현장 증거를 명백하게 찾아야 유죄로 인정된다. 성매매가 의심된다고 해도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하면 기소가 쉽지 않다. 게다가 성매매 업소들이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학습해 교묘하게 적발을 피하기도 한다. 경찰청 풍속계 소속 한 경찰관은 “예전엔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단속도 했지만, 요즘은 업소들이 더 음성화되고 조직화하면서 처음 오는 손님을 들이지 않기도 해 그런 방식의 적발도 어렵다”며 “최근에는 인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대한 ‘사후적 조처’가 느리게 이뤄지는 점도 성매매 업소가 여전히 성업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자료를 보면, 인터넷 성매매 관련 정보 시정(차단) 요구는 최근 5년 동안 총 8만6187건이었다. 특히 2023년에는 2만5236건이었는데, 2024년은 7월 말 기준 2만7347건으로 이미 2023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방심위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사용자의 이용을 해지하거나 접속차단 등의 조처를 한다. ‘검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에 방심위의 접속차단 등의 조처는 범죄가 발생한 뒤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게다가 이런 심의마저 일주일에 2번 열리는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 신고하더라도 실시간 접속차단과 같은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 디지털 성착취물의 경우는 전자심의를 통해 매일 심의하고 있으나, 아직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대한 전자심의는 방심위 법률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대해 전자심의가 가능해지면 사후조처라도 지금보다는 신속하게 접속차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 증거를 채집하기 까다로운 경우에는 실제 접속차단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틈을 타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 주소를 바꿔가면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이트 주소가 바뀌면 심의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경찰과 방심위 쪽이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단속을 두고 입을 모아 “힘이 빠진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이정은 ‘인권희망 강강술래’ 대표는 “일반적인 성매매 사이트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성매매 알선도 손쉽게 이뤄지고 있어서 실정이 더 나쁜 상황”이라며 “접근이 쉬워지다보니 성매매 연령대도 계속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매매 알선 문제에 대한) 수사 당국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수사기관이 성매매 업소 기소에 성공해도 처벌은 미미하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보면, ‘영업으로’ 성매매 알선을 한 경우 최대 징역 7년과 7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영환 전 국회의원실을 통해 2015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다시함께센터가 모니터링한 성매매 업소 74곳에 대해 나온 93건의 형사처분 기록을 보면, 징역형이 선고된 건은 20.4%(19건)에 그쳤고 벌금형만 나온 건은 79.6%(74건)였다. 징역형의 평균은 10.2개월이었고, 벌금형만 선고된 사건에서 부과된 벌금 평균은 304만6천원이었다. 특히 성매매로 얻은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몰수까지 이어진 사례는 5.4%(5건)에 불과하다.
300만원대의 벌금형은 성매매 산업에 뛰어든 업주들에게 전혀 타격을 줄 수 없는 금액이다. 한겨레21 탐사팀이 자칭 ‘성매매 업소 창업 컨설턴트’ ㄷ씨에게 취재임을 밝히지 않고 성매매 운영 방식에 대해 들어보니, 서울 강남 지역에서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를 창업하기 위해서는 1450만원가량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고, 매달 200만~500만원 정도가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강남 기준으로 방 한 개당 월 150만원의 임대료, 업소를 홍보하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광고 제휴비 월 30만원, 예약을 받는 용도 등으로 사용되는 불법 대포폰 2개 사용료 월 7만2천원,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화번호 디비(DB)’ 월 이용료가 10만원에 기타 소모품 사용으로 월 10만원가량이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초기 비용을 투자할 수 있으면 매달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ㄷ씨의 설명이다. 강남 지역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의 시세는 ‘한 타임’(1시간 성매매)에 14만~20만원이고, 이 가운데 최소 6만원을 업주가 챙긴다. ㄷ씨는 “하루에 성매매 여성이 3명씩 출근한다 치고, 한 명당 4개(성매매)씩은 무조건 뛴다”며 성매매 알선업자가 챙기는 돈은 “최소 금액으로 계산해도, 하루에 수익만 72장(72만원)이다. 한 달이면 2160만원”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매매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과 2022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사법처리 현황을 연구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장임다혜 연구위원은 “사법 집행기관들은 성매매를 업자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범죄로 생각하고, 처벌을 강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도 “성매매 알선자들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비해서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너무 적기 때문에 사실 업소 운영을 계속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있는 사건인데도 성매매를 강요한 죄(성매매처벌법 제18조, 최대 징역 10년)마저 잘 안정되지 않는 등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성매매 업주의 범죄를 경미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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