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약물중독 정책은 반쪽짜리다. 엄벌은 있지만 치료는 없다. 낙인과 격리는 있지만 사회 복귀를 위한 배려는 없다. 마약류 사범과 재범이라는 비난은 있지만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대한 지원은 없다. 2021년 기준 의사를 만나본 약물중독자는 280명. 전체 마약사범의 1.8% 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제1466호 참고) 마약사범이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2021년 36.6%)이 높은 이유다.
공공이 외면하지만 그나마 민간 치료공동체가 생겨나 중독자들을 회복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미국 치료공동체(TC, 1만4천여 개 시설에 중독자 370만여 명이 회복 중), 일본 다르크(DARC·95개 시설에서 2천여 명이 회복 중)를 모델로 2012년 도입된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다. 경기·인천·경남 김해·대구 등 4곳(중독자 30여 명 대상)에 설치됐지만, 2024년 4월 가장 규모가 컸던 경기 다르크(2019년 설립)가 임아무개 센터장 자살로 5년 만에 공중분해 됐다. 강고한 사회의 편견과 ‘1인 체제’라는 한계가 실패의 원인이다. 재활 중이던 15명의 중독자는 갈 곳을 잃었고, 일부는 재발했다고 한다. 다만 경기 다르크 외에 나머지 세 곳의 다르크에서는 오늘도 중독자가 회복자로 거듭나고 있다.
‘회복자’ 마쓰우라 요시아키(60) 일본 미카와 다르크 센터장과 전자우편으로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23년 5월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시 현지에서 만났던 그는 2004년부터 한국 다르크 설립을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수천만원을 지원한 한국 약물중독자들의 은인이다.
—경기 다르크는 공익적인 장소임에도 2023년 10월 주민 민원에 경기 남양주에서 양주로 둥지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 뒤 센터장의 개인 비위 의혹까지 터지면서 논란이 커지다 결국 해체됐습니다. 일본 다르크가 지금처럼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일본 다르크에도 시설의 장소로 인한 문제가 많습니다. 데이케어(낮 시설)는 비교적 빌리기 쉽지만 나이트 하우스(밤 숙소)는 좀처럼 빌릴 수 없습니다. 장애인 단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회복자 혼자서는 중독에서 회복할 수 없고, 반드시 회복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당위성만으로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가족 모임 등으로 힘을 보탰고 보건기관, 행정기관의 협력도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 다르크 건에선 행정의 반대(철거 요구)도 있었습니다. 그 일은 매우 유감입니다. 그리고 언론의 편견에 의한 대응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일이 반성의 계기가 되어 한국 다르크가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구치소·교도소의 격리 기능만 있을 뿐 치료·회복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일본 다르크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가족·본인의 상담 외에도 보건소나 각 지역 생활복지과, 교도소, 병원 등과 중독자를 연결해줍니다. 물론 다르크를 졸업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퇴소 뒤에도 ‘약물중독자들 간의 자조모임’(NA·Narcotics Anonymous)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중독 당사자, 가족, 지원 기관을 위한 포럼, 스터디 그룹 등을 자주 합니다. 중독에 대한 당사자의 체험담, 다르크 활동 소개 등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합니다. 청소년의 약물 남용 방지, 보건교육 등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교도소, 보호관찰소 등도 회복을 위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합니다. 여기서 다르크와 같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중독자가 회복하려면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아직 회복 지원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회복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약물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약물 의존증의 끝엔 정신병원, 교도소 그리고 죽음이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는 것과 희망의 모델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조모임이 중요합니다. 자조 모임은 약물을 계속 끊을 수 있게 해주고, 삶의 방식, 사고방식을 바꾸는 길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다시 바라보기, 그리고 고독해지지 않을 곳이 필요합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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