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폭염에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는 건설업이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는 152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79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특히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23명 중 74%(17명)가 건설노동자였다. 2024년 7월30일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60대 인부가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체온은 40도에 달했다. 매년 여름철 건설 현장에선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부터 매년 건설 현장의 폭염 노동 실태를 묻고 기록해온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을 인터뷰했다.
—올해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 현장 상황은 어떤가.
“8월6일 건설노조로 사진 제보가 왔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인데, 폭염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119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 신고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온열질환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더위로 인해 지치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각종 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 2018년 여름 건설노동자가 추락한 일이 있었다. 더워서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폭염 속에 일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최근 건설노조가 폭염 관련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물을 제공하지 않는 현장이 15%나 된다고.
“7월27일부터 이틀간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건설노동자 열에 한두 명은 물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더위 시간대 작업이 중지된 곳은 19.4%, 정기휴식이 주어진 현장은 18.5%에 불과했다.”
건설노조는 2018년부터 폭염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물 제공을 하지 않는 현장에 관한 응답을 보면 2018년 29.6%를 기록했고, 2019년부터는 매년 10%대를 보인다. 정기휴식과 작업중지권 사용에 관한 응답도 매년 10~20%대에 머물렀다.
—폭염 관련 지침이 있을 텐데,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지나.
“폭염기엔 그늘막을 제공하고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다. 그러나 여태껏 이 규칙을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는 현장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폭염 대책의 핵심은 정기 휴식과 업무 정지인데, 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도록 하는 작업중지권도 있는데.
“노동자가 먼저 나서서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건설경기도 침체된데다 7월 내내 이어진 폭우 때문에 일도 많이 못했다. 한 달에 20공수(일정한 작업에 필요한 인원수를 노동시간 또는 노동일로 나타낸 수치)를 못 채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이번 달에 채우려는 노동자가 많다. 또 건설 일이 대부분 연계 공정이어서 중간에 한 공정이 빠지면 다른 공정도 늦어지기 때문에 (쉬는 것이) 눈치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법이나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 부분이 많이 미진하다. 독일은 일을 못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통해 재원을 충당하기도 한다. 꼭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일을 못하게 됐을 때 임금 보전이 된다면 노동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작업중지권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21이나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폭염 관련 대책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이전부터 해왔다. 제20대, 제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제22대 국회에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4개 올라와 있는데 이 중 5개가 폭염 관련 법안이다. 제20대나 제21대 국회처럼 반복되지 않으려면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죽을 것같이 덥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지만 더워서 죽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같이 더울 때만 반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폭염 관련 법 제정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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