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2024년 6월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이다. 서울의 6월 월평균 최고기온이 30℃를 웃돈 건 1908년 대한제국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한여름인 2023년 7월 평균 최고기온도 29℃에 그쳤다.
정부의 폭염 대책은 기시감이 가득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횡단보도 초입에 그늘막과 물안개 분사시설을 설치하고, 노동당국은 체감온도 31℃가 넘으면 야외 작업 중지를 권고하는 내용을 연례행사처럼 발표한다.
<한겨레21>은 2018년 제1224호 표지이야기 ‘누가 폭염으로 숨지는가’에서 이러한 정부 대책의 공허함을 지적했다. 폭염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정책 평가를 하고, 야외 노동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여름이 돌아왔다. 바뀐 건 더욱 뜨거워진 날씨고, 바뀌지 않은 건 정부의 ‘되풀이 대책’이다. ‘폭염은 사회적 약자를 노린다’는 명제도 굳건하다.
2018년 여름 취재에 많은 도움을 줬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를 다시 인터뷰했다. 2018년 보건당국의 용역을 받아 2018년 폭염백서(폭염에 의한 건강피해 심층 조사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황 교수는 기온이 가장 높은 7월 말과 8월 초 2주일 동안 ‘전 국민이 쉬자’고 주장한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매년 7월 말과 8월 초에 집중된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2018년 폭염 이후 정부 대책과 관련해 진일보한 부분이 있었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폭염 피해에 관한 정부의 관심이 줄었던 게 사실이다. 방역당국의 역량이 감염병 대응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들어 질병관리청이 조직을 개편하면서 기존 ‘미래질병대응과’와 ‘건강위해대응과’에서 담당했던 기후 보건 업무를 통합·신설한 ‘기후·건강위해대비과’에서 맡게 됐다. 미래질병대응과는 신종 감염병도 담당해 업무 범위가 너무 넓었다. 가시적인 변화는 그 정도다.”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거버넌스 개선을 강조해왔는데.
“폭염은 ‘사회적 재난’이어서 질병관리청이 보건 이슈로만 대응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와 같은 큰 부처가 기후재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행안부 장관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코로나19 유행 이후 감소했던 폭염 사망자가 2023년(32명, 2022년 대비 3.5배) 크게 늘었다. 사람들의 야외 활동은 몇 년 만에 빠르게 늘어나는데 정부의 준비는 부족하다.”
—폭염 전문가가 강조하는 폭염 대책은.
“특별한 건 아니다.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되는 것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잘 쉬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수차례 강조했듯이 가장 더운 시기에 범국가적으로 쉬는 것. 일단 정부가 쉬어야 야외 공사 현장이나 나머지 노동자들도 쉴 수 있지 않을까?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알아서 하라’고 던져놓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했고 온열질환을 얼마나 예방했는지 효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언론은 폭염과 관련해 어떤 내용을 보도하면 좋을까.
“폭염과 관련한 기사는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을 계절적으로 보도하는 데 안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학계에선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 앞에서 취약계층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연구가 속속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에선 건설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무더위에 취약하다거나, 정신장애인들이 특히 취약하다는 등의 연구 성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런 연구 내용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지자체가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언론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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