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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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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의 여름 별미는 ‘콩비지’

국내 최초 소 생추어리 운영 중인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등록 2024-08-17 18:40 수정 2024-08-23 12:12
메밀(왼쪽)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지연 대표(오른쪽). 동물해방물결 제공

메밀(왼쪽)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지연 대표(오른쪽). 동물해방물결 제공


엉이·머위·부들·창포·메밀. 들풀 이름을 딴 소들이다. 한때 고기용으로 길러졌으나 이제는 생명으로 존중받는다. 2021년 목장 폐업으로 도축될 뻔한 소들을 동물해방물결(‘동해물’) 활동가들이 구조했다. 생활 공간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 시설에서 지내다 2022년 11월 강원 인제의 ‘달뜨는보금자리’에 둥지를 텄다. 국내 최초 소 ‘생추어리’(Sanctuary·생크추어리, 인간의 착취와 학대에서 해방된 동물의 안식처)다.

한겨레21은 2023년 4월 인제를 찾아 소 생추어리의 일상을 보도했다(생추어리 사는 소들은 바나나 먹으며 오후를 즐긴다). 한가로이 바나나를 먹으며 오후를 즐기는 소들의 삶을 기사에 담았다. 그사이 한 해가 흘러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1년 반이 지난 소 생추어리는 어떤 상황일까. 이지연 동해물 대표에게 근황을 물었다.

 

—날씨가 무덥다. 소들은 잘 지내나.

“홀스타인 소들이 더위에 특히 취약한데, 다행히 거주 공간에 넓은 그늘이 있어서 잘 지낸다. 요새도 자기들끼리 서열경쟁을 한다. 소들끼리의 관계가 항상 똑같지 않고 자주 달라짐을 느낀다. 물론 덩치가 작은 메밀이는 누구랑 붙여놔도 꼴찌지만.(웃음)”

—소소한 변화도 있었나.

“최근에 메밀이 뿔이 빠졌다. 출혈이 있어서 엄청 놀랐다. 그런데 마을 주민분들과 수의사분이 ‘종종 그런 일이 있다. 겉뿔이 빠진 걸 테니 걱정 말고 하루이틀 기다려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다행히 잘 아물고 있다. 뜻밖의 상황에도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 감사했다.”

—마을 주민과 자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마을 주민들이 평소에도 도움을 많이 주신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로컬 브랜딩 지역 활성화 사업’도 인제군과 공조해 지원했는데 우리 마을이 최종 선정이 됐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역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발표하는 사업이었다. 그걸 나라에서도 가치 있게 본다는 게 기쁘더라. ‘동물과 공생하며 지역 재생도 가능한’ 선례로 자리잡으면 좋겠다.”

—활동가들이 아예 인제로 이주할 계획도 있다고 했는데.

“신월분교(소 보금자리 인근 폐교)를 리모델링해 활동가들 교육·거주 공간을 마련하고 소 보금자리도 개축하려고 한다. 완성되면 정말로 소들과 ‘함께’ 살 수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 올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소들은 잠시 마을의 빈 축사로 이사 갔다.”

—소들이 이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겠다.

“소들 사는 곳이 자주 바뀌는 게 미안했다. 더 좋은 공간을 위해서라지만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까.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임시 거주 공간이 꽤 넓고 쾌적해서 소들이 금방 적응했다. 무엇보다 소 돌보미(추현욱씨 가정)와 소들의 관계가 갈수록 끈끈해지는 걸 보면서 덩달아 저도 힘을 받는다. 요즘도 (소들) 만나러 가보면 부쩍 안정되고 평화로운 에너지를 느낀다.”

—바나나는 여전히 소들의 ‘최애’ 간식인가.

“요즘은 콩비지를 엄청 좋아한다. 원래 농가에서도 콩비지를 보조 식품으로 소에게 준다더라. 또 소 돌보미 가정이 텃밭에서 수확한 피 작물도 잘 먹는다.”

—생추어리가 동물 해방 운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동물 해방과 생명 살림의 상징적 공간이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분들이 있는데 구조 과정을 듣고 소들을 만나고 나면 느끼는 바가 많다고, 뭉클하다고 하신다. 생추어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은 언제쯤 보러 갈 수 있을까.

“내년 여름쯤이면 공사가 마무리되고 일반 시민에게도 좀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물론 오가는 사람이 늘어도, 소들은 계속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한겨레21을 비롯해 언론에 부탁할 말은.

“소들과 청년, 어르신이 다 함께 어울리며 마을에 새로운 활력과 생기가 흐를 날이 기대된다. 개관하는 순간에 한겨레21과도 꼭 함께하고 싶다. 앞으로의 변화 과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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