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25일 경기도 남양주 약물중독 치료공동체 ‘경기 다르크(DARC)’에서 회복 중인 오요셉(28)씨와 홍승민(25)씨가 밝게 웃었습니다. 사진을 써도 되는지 여러 번 묻자 “괜찮다”며 한 말입니다. 두 사람은 제1466호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중독자’일 땐 환자이면서도 가해자·범죄자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회복자’라면 의료·복지 등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회복하려는 사람들까지 윤리·도덕적으로 비난받고 각종 편견·차별·낙인에 노출됩니다. 어떤 만성질환으로 입원을 요구하면 거부당하지 않지만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거부당합니다.”(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약물중독은 평생 회복하려 발버둥 쳐야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필로폰 등 약물에 처음 손댄 건 자기 선택입니다. 하지만 약물은 뇌 속 해마(기억 담당)와 변연계(감정 조절)를 파괴하고 그 뒤엔 선택권을 박탈당합니다. ‘순간적인 즐거움’을 맛보려다 ‘일상의 즐거움’마저 느낄 수 없게 되고, 약물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치료와 재활이 필요합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마약은 악이다’ ‘마약을 옹호하냐’ 등 항의성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쁜 마약은 나쁘다’는 동어반복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없는 사람으로 치고 구치소로 교도소로 보내면 마약청정국이 되고, 마약사범은 중독의 사슬을 끊나요? 투약·소지자가 판매자로 중범죄화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라는 게 회복 중인 중독자들의 절절한 목소리입니다. 예방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 약물중독 교육을 제안하면, 교장선생님들은 ‘괜히 부추긴다’며 손사래를 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은 약물중독의 심각성을 알 기회마저 박탈당합니다. 오랜 금기시와 죄악시로 인해 마약 억제 문제는 다양한 접근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엄벌만능주의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희망을 봤달까요. 임상현 목사, 한부식 센터장 같은 약물중독자 출신 회복자들이 다른 중독자의 회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의 치료·재활을 지도하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 있습니다. 재일동포인 마쓰우라 요시아키 ‘미카와 다르크’ 센터장이 한국 다르크 설립을 위해 수천만원을 쾌척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받든 (재)바보의나눔도 2023년부터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에 연 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오요셉·홍승민 같은 중독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냅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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