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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 우리 지금 만나

등록 2024-06-14 22:41 수정 2024-06-21 08:42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2018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생리대 제조사 깨끗한나라의 여성환경연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2018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생리대 제조사 깨끗한나라의 여성환경연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1990년대 후반부터 여성건강, 환경 교육, 도시텃밭활동, 대안생활운동, 기후정의, 젠더정의 등 여성과 환경의 교차점에서 행동해온 여성환경연대가 창립 25돌을 맞았다. 2024년 6월12일 저녁 6시 서울 종로구 은덕문화원에서 연 여성환경연대 창립 25주년 후원잔치 ‘에코페미니스트의 숲’에는 170여 명의 후원회원과 활동가들이 모여 단체 창립을 자축했다. 아름다운 풍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난 시간을 되새기며 시민단체 활동가와 개인 후원회원 참여자들이 만나 서로 힘을 북돋웠다. 행사 이튿날 이안소영 상임대표(공동대표 이안소영, 강희영, 나희덕)에게 전화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2024년 6월12일 저녁 6시 서울 종로구 은덕문화원에서 연 여성환경연대 창립 25주년 후원잔치 ‘에코페미니스트의 숲’에서 만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이유진 기자

2024년 6월12일 저녁 6시 서울 종로구 은덕문화원에서 연 여성환경연대 창립 25주년 후원잔치 ‘에코페미니스트의 숲’에서 만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이유진 기자


―여성환경연대 창립 25돌을 축하한다.

“창립 초기부터 함께 고생하며 에코페미니즘 의제를 개발해온 사람과 최근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이 어울려 다채로웠고 뿌듯했다. 세대와 성별, 활동의 이력을 아울러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다양한 세대의 에코페미니스트가 참여하는 곳이 되어 다행이다. 창립회원뿐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더 많은 젊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이 합류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에코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다는 참신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계속 이런 분들과 접속하는 지점을 만들려고 애썼다. 20~30대의 경우 기후위기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급진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사회를 보며 무기력과 우울감을 느끼더라. 그런 고민을 보면서 기후 우울 글쓰기 워크숍, 재연결 워크숍 등의 행사를 했다.”

―2017년이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가 아니었을까.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을 문제 제기해서 대기업(깨끗한나라)이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환경융합학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전체 기각했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잘 선택하라고만 하는 메시지는 시장 내 선택권이 협소하다는 점에서 제한적일 뿐 아니라 안전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긴다는 생각을 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것과는 달랐다. 2017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일회성 생리대 안전성 관련 제보가 들어왔고, 이런 목소리가 공중에 흩어지지 않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놔두지 말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사건이 예상보다 커져 우리가 기업과 처음으로 부딪치게 됐다.”

―당시에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과학적 실험으로 성분 검사를 했고 여성들 목소리를 모아 기업과 정부에 변화를 촉구한 것뿐인데 소송까지 간 걸 보고 겁도 나고 책임감도 엄청 컸다. 당시 환경 소송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여성환경연대에 10억원 손배청구를 했는데, 단체가 낼 수도 없는 돈이려니와 패소하면 시민사회에 너무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거였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월경권 보장을 위해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뜻깊은 승소였다.”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

“제일 큰 건 기후재난 앞에서 시민 참여와 사회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후위기 이슈를 젠더 관점에서 정의롭게 접근해 피해도 완화하면서 새로운 전환과 대안을 만들어내려고 고심한다. 시장과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탈성장 돌봄사회’ 전환의 비전을 실제 작동하는 정책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문구로, 국가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가치로, 일상에 스며드는 매일의 습관으로, 기업이 무서워하면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사회의 중요한 목표로 어떻게 제안하고 실현할까 고민한다.”

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가 지은 책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지구를 포기하지 않는 에코페미니스트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가 지은 책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지구를 포기하지 않는 에코페미니스트의 이야기가 담겼다.


-최근 활동을 소개해준다면. 기후정의, 젠더정의 영역에서 활동이 두드러진다.

“2023년 11개 단체가 모여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2023년에는 기업의 성평등 증진이 기후변화 정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성주류화 방안을 연구하면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에코페미니즘 임팩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월경, 수리권(수리할 권리), 토종씨앗, 동물권, 비건, 귀농·귀촌 등 번역 캠페인 연구사업 등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해마다 10팀을 선정해서 300만원씩 지원한다. 아쉽게도 일단 마련된 사업 재원이 올해까지인데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라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또 자원순환시설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 근무환경과 실태를 조사하고 법 제도 개선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쓰레기가 많아졌는데 폐기물안전관리법을 보면 폐기물 분리와 재활용 중심이다. 이제 기후재난 속에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확보해야 한다. 플라스틱 없이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공공음수대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한겨레21>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에코페미니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기획기사로 다뤄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 참여와 후원도 요청하고 싶다.(웃음)”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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