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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입틀막 6개월 “많은 대학원생 월급 삭감, 실직”

등록 2024-08-09 18:27 수정 2024-08-16 14:36
신민기 카이스트 ‘입틀막’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024년 2월19일 국회에서 대통령실 과잉진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신민기 카이스트 ‘입틀막’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024년 2월19일 국회에서 대통령실 과잉진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2024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일괄 삭감한 윤석열 정부는 2025년도 R&D 예산을 삭감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계와 여론의 비판에 한 해 만에 돌아왔지만, 올해 예산 삭감의 여파는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2024년 8월1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대학원생노조)는 ‘2024년도 R&D 예산삭감 피해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예산 삭감으로 계약 해지, 신규인력 채용 불가, 연구비 삭감, 연구장비와 시설이용 단축, 신규 과제 기획 중단 등의 피해를 겪었다. 한겨레21은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강제 연행됐던 신민기 카이스트 ‘입틀막’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의 안부를 물었다.

—2월 카이스트 졸업식으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아이티(IT) 업계에 취직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다행히 그 사건(카이스트 졸업식에서 강제 퇴장당한 일)을 알면서도 괜찮다고 얘기해준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되고 조사받았지만, 대전 유성경찰서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요 취지는 그 행위가 업무방해라는 걸 증명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진 않다는 거였다.”

—과잉경호, 강제진압 과정에 문제 제기를 위해 대통령경호처를 경호법 위반, 체포, 감금, 폭행 등의 혐의로 고발했는데.

“경호처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관할 경찰서는 서울 용산경찰서라 (대전 유성경찰서와) 다르지만, 어쨌든 경찰이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와 같은 느낌이라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검찰에 이의 신청을 했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지난 4월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대통령경호처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재발해선 안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 취지는 그 상황에서 주변 사람과 대통령이 들을 수 없도록 입을 막고 펼침막을 뺏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고, 강제적으로 사지를 제압해 끌고 나간 것, 그 뒤에도 현장 인근의 방에 사실상 가둬놓고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게 신체 자유 침해에 해당해 헌법상의 가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2024년 2월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2024년 2월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R&D 예산이 삭감된 현장의 연구자들은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기존에 모아뒀던 자산으로 어찌어찌 운영할 수 있었던 곳들도 8월이 된 지금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대학원에선 월급 삭감이 빈번하다. 많은 분이 실직 상태에 놓였는데, 대학원생이면서 연구자인 경우엔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또 예산 삭감 때문에 기존에 진행 중인 연구가 중단될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후속 연구도 진행하지 못해 기존 연구 결과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월 졸업식에서 든 펼침막에 ‘부자 감세 중단, R&D 예산 복원’을 적었다. 상속세 완화 등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어떻게 봤나.

“감세가 정말 필요하다면 모르겠는데 2023년에는 세수 부족으로 교육 예산과 R&D 예산이 줄었고, 지방교부금도 삭감됐다. 그렇게 예산을 줄여 과학자와 연구자가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 올해 세수를 더 걷을 만한 어떤 계기도 없고 경제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부자 감세를 단행한다니 미래에 대한민국이 유지되기를 바라긴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대기업 사주나 고소득자는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과학과 기술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다. 한국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게 R&D 예산인데, 함께 분담해야 하지 않겠나. 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 정부가 세금을 공정하게 거둬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펼침막을 그렇게 만들었고, 이번 부자감세안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본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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