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생활, 단약·단주(약을 끊고 술을 끊음)를 생각하면서 지난 일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약방(미결수 혼거방)에서는 매일매일 마약 이야기만 합니다. 저도 이 방에 친하게 지내는 형·동생이 있지만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정신불안·우울증·불면증 증세까지 와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독거방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원장님 도와주세요.”
2021년 12월 한 마약중독자가 구치소에서 과거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에게 편지를 보내 구조를 요청했다. 수감시설 안에서의 ‘말뽕’, 즉 마약 할 때 느낌을 얘기하면서 흥분하고, 약물중독 재발을 연습하는 일 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이 남자의 구조는 실패했다.
2022년 10월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범정부가 총력 대응해 4개월간(2022년 11월~2023년 2월) 마약사범 5809명을 적발한 ‘성과’도 올렸다. 이렇게 적발된 마약사범의 상당수가 사회에서 격리된다. 그런데 구치소·교도소 다음은 뭘까.
경기도 남양주, 부산과 경남 김해 등에서 회복에 진심인 ‘약물중독자’들을 만났다. 스스로 약물을 끊을 수 없어 치료공동체를 찾은 ‘극소수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중독자들에게 여전히 큰 장애물이 버티고 서 있었다. 약물중독자를 ‘환자’로 보기보단 ‘법을 어긴 마약사범’(죄인)으로, 병의 ‘재발’을 ‘법을 우습게 아는 재범’으로 낙인찍는 사회 시선이다. ‘그런 나쁜 범죄자들한테 왜 돈을 써?’라는 시각 때문일까. 중독자를 위한 치료·재활 인프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1980년대까지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미국은 높은 재범률과 수감시설 부족에 높은 사회·경제적 비용 등의 이유로 치료·재활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물남용 관련 예산 350억달러(약 46조3천억원) 중 절반이 넘는 185억달러(약 24조5천억원)를 치료와 예방에 쏟아붓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마약중독 치료 예산은 4억2천만원(2023년)에 불과하다. ‘잡히기만 해봐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 전쟁 통에 약물을 끊으려 발버둥치는 중독자들은 무사히 회복해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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