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6월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했을 만큼 한국의 합계출산율(0.72명)은 대통령이 밤잠 이루기 어려워야 마땅한 수치다. 그러나 2030년까지 출산율을 1.0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내놓은 대책에는 비상한 성찰도, 반전의 지렛대도 보이지 않는다.
육아휴직급여 인상과 아빠 출산휴가 기간 확대, 출산 가구에 대한 저금리 대출 기준 완화 등은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 재원 대책은 정부의 재정 기조와 충돌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교부세를 활용하겠다는데, 정작 대통령실은 얼마 전 부동산교부세의 주요 재원인 종합부동산세의 폐지론을 들고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처음부터 자기 분열적일 수밖에 없었다.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주당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려고 엠제트(MZ) 세대를 호명했던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저출생 정책의 역량을 집중할 3대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국·영·수 중심으로 암기과목 열심히 하자는 거나 다름없다.
신설될 부처 이름이 ‘인구전략기획부’인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대통령은 인구전략기획부를 과거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했던 경제기획원에 빗대며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개발독재의 성과를 ‘한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고강도 노동”을 한국 저출생의 뿌리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최강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멸망의 길에 접어든 결정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인구가 줄어드는 데 부의 집중과 불평등 심화가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설명은 없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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