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문고’를 청와대 신문고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청와대 누리집에 가보면 ‘국민소통광장’이라는 메뉴의 하위 항목으로 ‘국민신문고’라는 게 나온다. 이를 흔히 ‘청와대 신문고’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에 생긴 신문고는 원래 ‘힘없고 빽없는’ 백성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고발하는 곳이었다. 다른 곳을 아무리 찾아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신문고라는 북을 두드려 임금에게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라는 것이 신문고의 원래 취지였다. 억울한 백성이 임금을 찾듯, 지금도 많은 국민은 ‘청와대 신문고’를 찾아가지만 청와대 신문고는 없고 국민신문고만 있을 따름이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청와대 신문고가 왜 국민신문고라야만 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났다.] 국민신문고는 사실 ‘국민이’ 신고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신고하는 곳이었다. 국민신문고를 운영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여기에 글을 올린 국민의 IP 주소를 무단으로 수집·보관한 것도 모자라 이 가운데 일부를 경찰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국민권익위에 ‘흔적을 남긴’ 민원인은 450여만 명, 국민권익위가 경찰로 넘긴 민원인 정보는 72건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권익위는 수집된 민원인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해놓고, 정작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열어봤는지 알 수 있는 열람정보는 남지 않게 해놨다. 권익위의 누가 민원인의 정보를 함부로 열람하고 활용했는지, 추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신문고를 두드린 사람의 기록은 남기고, 이를 몰래 엿본 사람의 기록은 남지 않도록 해놓았으니, 권익위는 대체 어떤 법적 근거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권익위 설명은 유치했다. 민원인의 인터넷 접속 정보를 수집·보관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 조항은 없지만, 누리집을 통해 민원인에게 IP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기에 무단 수집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무단 수집’은 아니지만, ‘일단 수집’하고 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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