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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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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권함

등록 2014-12-30 15:12 수정 2020-05-03 04:27

[김무성 연출, 최경환 제작, SK그룹 최씨 형제 주연 ‘프리즌 브레이크’의 개봉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형기를) 살 만큼 산 사람들은 나와 경제를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1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는 경제인으로는 현재 징역 4년을 선고받아 23개월째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21개월째 수감 중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 등이 거론된다. ‘경제인 가석방’론과 관련해 청와대는 2014년 12월26일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정도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알아먹었겠으나….

[그러나 가석방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자고로 감옥이라는 데가 그렇게 나쁜 데가 아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설명을 들어봐도 “출소 후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게 함으로써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려는” 곳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가운데 감옥 한 번 안 다녀온 이가 드물 정도고, 존경받는 원로인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님이 쓰신 은 중고생의 필독서가 되었겠는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 역시 감옥에서 쓴 로 전세계 좌파운동 진영의 거성으로 남았다. 감옥에 갔다가 몸짱이 되어 나온 정봉주 전 의원 같은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감옥은 명망가들에게 그 자체로 수련과 실력 배양의 모판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최태원 회장도 얼마 전 감옥에서 책을 한 권 냈다.]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 쓴 이다. 오십 평생 바빠서 책 한 권 쓸 여유가 없던 분이 시대정신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분배에 대해 옥중 저술을 내놨으니 이만한 사회적 기여가 어딨겠는가. 어차피 지금은 전세계적 불황이라 나와봐야 할 일도 많지 않다. 이런 불황기에 감옥에서 크게 실력을 양성한 뒤 진짜 성장이 필요할 때 국민경제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주시리라 믿는다. 암요.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한겨레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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