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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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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꼭 하는 사람들

등록 2015-01-06 17:55 수정 2020-05-03 04:27

[“반드시 복수하겠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친언니가 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생겼으니, 그 심정 알 만하다. 자매끼리 주고받은 메시지 하나 가지고 너무 요란한 것 아니냐, 마녀사냥을 멈추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조현민 전무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포기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또 잊고 있다. 재벌가의 ‘복수’가 그저 말뿐이 아닌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싸우다 맞은 둘째아들의 복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이끌고 나섰다. 결국 이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김 회장은 구속됐다. 재벌의 복수 언급이 말장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어디까지 가봤니?”] 대한항공의 예전 광고 슬로건이다. 이 광고의 번지점프 편에는 조현민 전무가 직접 등장한다. 뉴질랜드의 협곡 사이 다리에서 시원하게 낙하하는 뒷모습. 광고 등장인물이 조 전무인 것으로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재벌가 막내’들의 튀는 행보를 엮어 내보냈다. 튀긴 확실히 튀었다. 인성도 그렇게 튈 줄은 몰랐겠지만.

[빼박캔트 ‘국민 밉상 재벌’의 지위는 더욱 단단해졌다.] 앞과 뒤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 조 전무의 복수심에 불타는 속내만 들키지 않았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소재였을 텐데, 이제는 주제가 되고 있는 형세다. 차라리 말, 아니 글이라도 말지. 조 전무는 지난해 12월17일 마케팅 부문 임직원들에게 “저부터 반성한다”면서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다”는 ‘반성문’을 마케팅 담당 임직원에게 보냈다. 반성과 복수. 어느 하나에는 얄팍한 마음이, 어느 하나에는 서늘한 진심이 느껴진다.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자다가 이불킥은 할지언정 뱉어선 안 될 말이었다. 조 전무의 복수 대상은 구체적으로 거론된 바 없지만 그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얼굴을 드러내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언 사실 등을 밝힌 대한항공 사무장의 바람은 하나였다. “나의 존엄함을 스스로 지키는 것.” 복수를 운운하는 상대를 눈앞에 둔 그가 두려움에 존엄함을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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