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복수하겠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친언니가 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생겼으니, 그 심정 알 만하다. 자매끼리 주고받은 메시지 하나 가지고 너무 요란한 것 아니냐, 마녀사냥을 멈추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조현민 전무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포기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또 잊고 있다. 재벌가의 ‘복수’가 그저 말뿐이 아닌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싸우다 맞은 둘째아들의 복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이끌고 나섰다. 결국 이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김 회장은 구속됐다. 재벌의 복수 언급이 말장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어디까지 가봤니?”] 대한항공의 예전 광고 슬로건이다. 이 광고의 번지점프 편에는 조현민 전무가 직접 등장한다. 뉴질랜드의 협곡 사이 다리에서 시원하게 낙하하는 뒷모습. 광고 등장인물이 조 전무인 것으로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재벌가 막내’들의 튀는 행보를 엮어 내보냈다. 튀긴 확실히 튀었다. 인성도 그렇게 튈 줄은 몰랐겠지만.
[빼박캔트 ‘국민 밉상 재벌’의 지위는 더욱 단단해졌다.] 앞과 뒤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 조 전무의 복수심에 불타는 속내만 들키지 않았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소재였을 텐데, 이제는 주제가 되고 있는 형세다. 차라리 말, 아니 글이라도 말지. 조 전무는 지난해 12월17일 마케팅 부문 임직원들에게 “저부터 반성한다”면서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다”는 ‘반성문’을 마케팅 담당 임직원에게 보냈다. 반성과 복수. 어느 하나에는 얄팍한 마음이, 어느 하나에는 서늘한 진심이 느껴진다.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자다가 이불킥은 할지언정 뱉어선 안 될 말이었다. 조 전무의 복수 대상은 구체적으로 거론된 바 없지만 그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얼굴을 드러내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언 사실 등을 밝힌 대한항공 사무장의 바람은 하나였다. “나의 존엄함을 스스로 지키는 것.” 복수를 운운하는 상대를 눈앞에 둔 그가 두려움에 존엄함을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30만명 ‘김건희 특검’ 외쳤다
“윤-명태균 녹취에 확신”…전국서 모인 ‘김건희 특검’ 촛불 [현장]
해리스-트럼프, 7개 경합주 1~3%p 오차범위 내 ‘초박빙’
에르메스 상속자 ‘18조 주식’ 사라졌다…누가 가져갔나?
로제 아파트는 게임, 윤수일 아파트는 잠실, ‘난쏘공’ 아파트는?
거리 나온 이재명 “비상식·주술이 국정 흔들어…권력 심판하자” [현장]
노화 척도 ‘한 발 버티기’…60대, 30초는 버텨야
“보이저, 일어나!”…동면하던 ‘보이저 1호’ 43년 만에 깨웠다
이란, 이스라엘 보복하나…최고지도자 “압도적 대응” 경고
구급대원, 주검 옮기다 오열…“맙소사, 내 어머니가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