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그로부터 1년 뒤다. 다시 대학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번엔 안부를 묻지 않는다. 이번엔 ‘협박’이다. 20대 대안미디어 미스핏츠는 지난 12월3일 연세대와 고려대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최씨 아저씨. ‘정규직 과보호’ 발언으로 협박을 당한 당사자가 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의 발언이 있고 얼마 안 있어 ‘중규직 도입 예정’이라는 소식이 나돌았다. 관계 부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다. 취직도 힘들고, 취직을 한다 한들 불투명하기 그지없는 미래를 온몸으로 부딪혀야 할 청년들은 석연치 않은 정부의 설명에 화가 난다.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제게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로 들렸거든요.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돼서 불만인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 안 돼서 불만인데, 자꾸 아저씨는 ‘창의적’인 해법을 말합니다.”
불안과 절망 섞인 힘없는 청년들의 외침은 협박보다 절규에 가깝다. 그럼에도 제 갈 길 가는 사람들이 이 나라 대통령이고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1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노동시장의 경직성,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을 일으켜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권리’ 인질극이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정규직 너희들은 무사할 줄 알았지?’라며 쓴웃음을 짓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그렇게 우리네는 서로를 편가르며 스스로 힘을 뺀다.
1년 전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환호하고 응원하며 ‘안녕’한지 서로에게 묻고, ‘안녕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잠시 고민했다. 현실은 악화일로다. 그러니 ‘협박’이라도 해야 했다. “아저씨, 다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이 좀 살길을 찾아봅시다.” 살길 찾자는 협박이다. 그 협박에 응원을 보낸다. 비정규직 문제에 뒷짐 지고 있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욱 절실할 협박이다. 이제 침묵은 그만두어야 한다. 또다시 안녕하지 못한 한 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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