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미향 기자
불어터진 국수에는 죄가 없다. 국수는 말이 없으니 이렇다 할 변명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월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꺼낸 말씀이 화근이 됐다. 박 대통령은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길 바라는 국수는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제 활성화’ 법안이라는 허울 좋은 별명을 붙여놓은 법안은 대체로 규제 완화 법안이 골자를 이룬다.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자. 불어터진 것에 앞서 그 국수가 과연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볼 문제다. 문제의 답은? 누구에게는 맛있고,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먹어보자 맛없고, 또 누군가에게는 진절머리 나게 맛없는 국수일 테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3법’ 국수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국수라 여길 사람들, 부동산·건설 경기 활성화의 단 열매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들에게는 그 국수의 면이 탱글탱글하든 불어터졌든 상관없다. 반대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법안과 정책의 역풍을 맞고 치솟는 전셋값을 껴안은 채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그 국수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상한 음식일 뿐이다.
맛없는 상이 또 한 번 차려졌다. 주방장인 박 대통령의 휘하 조리사들도 고개를 갸우뚱, 또 상을 받은 손님은 고개를 내젓는다. 불어터진 정도가 아니라, 재를 뿌려놓은 국수다. 깊은 고민이 항상 좋은 선택의 길을 안내하지는 않는다. 악수 중에 악수가 될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조금의 기대를 가졌던 이들이 허황됐던 것일까? 수첩에 적힌 명단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국정원장의 선거운동으로 (아마도) 도움을 받았을 이가 택한 인사에는 무데뽀 정신이 느껴진다. 이건 불어터진 정도가 아니라 양념을 강하게 친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일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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