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코웃음을 쳤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등장한 ‘로봇물고기’. 코웃음 칠 게 아니었다는 걸 몰랐다. 짜잔~. 그것은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4대강 수질 오염 감시 로봇물고기는 결국 태어났다. ‘1m 몸집으론 다른 물고기를 놀랜다’는 결과가 나오니 이 전 대통령의 뜻을 받자와 ‘편대 유영’ 가능한 50cm로 몸집을 줄였다. 몸집을 줄였더니 결국 오염 측정 장치는 싣지 못했다. 그렇게 57억원의 세금을 들인 고철덩어리로 생을 마감했다. 로봇물고기가 아직 고물상으로도 팔려나가지 못했을 시점에 또 한번 코웃음을 치려다 참았다. ‘달 탐사’ 쪽지 예산 논란을 접하고서다.
꼭 지켜야 할 공약이 있고, 꼭 지키지 않아도 될 공약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체기에 들어선 나라경제, 계층 불평등 심화, 복지 안전망 축소로 시민들의 삶은 날로 아슬아슬하다. 이 와중에 굳이 ‘달 탐사’ 공약을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그 실천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예산안에 슬쩍 ‘쪽지’로 끼워넣으려 했을까? 미래창조과학부는 달 탐사 사업 추진 계획 1단계 예산 2천억원 중 2015년 사업비 400억원을 따내려 해당 상임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동시에 ‘세모녀 법안’으로 알려진 기초생활보장제 개편안을 시행하면서 필요한 교육비 지원 추가예산은 슬그머니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꼭 지켜야 할 것과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렇듯 확연하게 구분된다.
“한국형 발사체의 2019년 시험 발사 및 2020년 달 탐사선 발사는 일정상으로 무리가 있으나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단축할 수 있다.” 미래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9월 내놓은 달 탐사 사업 추진 계획안의 내용이다. 무리하다 무슨 일이 닥칠지 똑똑히 보고 있지 않나? 엉터리 ‘로봇물고기’를 억지로 개발해 얼토당토않은 고철 물고기를 만든 죄로 연구책임자는 징계를 받을 처지다. 의지가 강한지는 의구심이 드나, 야당은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를 여당과 정부 쪽에 요구하고 있다. 달에 태극기 나부끼는 것 보고 그렇게 기쁘거나 감격스러울 것 같지도 않다. ‘달 타령’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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