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내게 휴식이자 재충전이다. 동시에 유쾌한 의무다. 자식들에게 ‘잘 놀기 위해 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다 가고 싶다. (아내는 이 얘기를 듣고 “가사 분담에 적극적인 남성상이나 보여주라, 이 웬수야”라며 쌍심지를 돋울 게 틀림없지만.) 내 아이들도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초등 2학년인 아들이 가정환경과 꿈 등을 쓰는 학교 과제물에다 “장래 꿈은 방랑자”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과 낚시를 가면 종종 화를 낸다. 낚시하러 왔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는 이들 때문이다. 술병, 비닐봉지, 일회용 부탄가스 용기 등등. 잘 썩지도 않는 것들을 물가에다 아무 생각 없이 모아놓고 가는 이가 하나둘이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이럴까 싶다. 그래놓고 또 여기에 오고 싶을까 하는 의문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차라리 예전 해양수산부 시절 도입하려다 낚시인들의 반발에 밀려 좌초한 ‘낚시면허제’라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내고 면허를 받도록 하고 펼 수 있는 낚싯대 수도 제한하는 등 어느 정도 통제된 상황에서 낚시하게 하는 것이다. 타율이 개입하는 삶은 마뜩잖지만, 아파하는 자연에 공감하지 못하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환경 사이코패스’들의 자연 치료와 회복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지난 3월6일 평소 즐겨 찾는 경기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둠벙을 갔다가 까무러칠 뻔했다. 둠벙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저 멀리 굴착기는 강변을 부지런히 파헤쳤다. 굴착기가 실어준 모래를 잔뜩 실은 덤프트럭들이 물을 줄줄 흘리며 오갔다. ‘4대강 죽이기 사업’이 한창이다. 그렇게 모래를 전부 파내고 강을 직선화하고 보를 쌓아 수위를 높이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강 잘못이다. ‘법치 정권’의 깊은 속을 헤아리지 못한 죗값이다. 허락 없이 수만 년 S자 형태로 흘러온 죄, 모래를 빨리 하류로 실어나르지 않고 중간중간 쌓아 물고기 은신처와 산란처를 제공한 죄, 낮은 수위로 큰 배가 다니는 데 걸림돌이 된 죄 등이다. 이 정권은 강이 그동안 직무를 유기하고 임무를 위배했다며 기소하자마자 재판(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바로 처벌에 들어갔다. 이 정권은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는 낚시인들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 사이코패스’라는 게 내 진단이다.
그날 발길을 돌린 나는 다른 곳에 가서 낚시를 했다. 그러나 강은 발길을 돌릴 곳이 없다는 게 너무나 가슴 아프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절히 애원한다. “아무리 말려도 이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으실 텐데,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는 그 말만이라도 취소해주시면 안 될까요?”
전종휘 기자 blog.hani.co.kr/symb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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