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표현이 목을 누르네. 사진 한겨레 김종수 기자
꼭 3주 만이었다. 그날 아침, 토요일인데도 이상하게 일찍 잠을 깼다.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채널을 돌리다 멈칫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이란 어이없는 자막. 3주 전 찾아갔던 봉하마을 사저 뒤편의 바위가 스쳤다. 1시간30분~2시간30분 간격으로 하루 겨우 아홉 번밖에 버스가 드나들지 않는 그곳을 굳이 찾은 건 얼마 전 썼던 ‘굿바이 노무현’이란 기사 때문이었다. ‘당신이 꿈꿨던 정치개혁이 도덕성 문제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당신을 치졸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무도한 자들의 공격엔 언제나 그랬듯 꿋꿋이 맞서주기 바란다’는 마음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런 그가 몸을 던졌다. 기사에 썼던 ‘정치적 사망 선고’라는 표현이 목을 눌렀다.
5월27일 밤 10시. 그의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대한문 앞의 조문 행렬은 덕수궁 돌담길을 넘어 경향신문사 앞쪽까지 늘어서 있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퇴임 뒤까지 내내 그를 향한 민심이었던 촛불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친구 몇몇과 함께 줄을 섰다. 누구는 “‘소요사태’ 운운하는 자들의 행태에 기가 막힌다. 마지막 길조차 욕보이려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누구는 “그를 ‘잡범’이라고 표현한 족벌언론을 보면, 꼴통들 머리에 뭐가 들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수치심을 모르는 자들이 저지른 일이다. 그런 자들은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없겠지만”이라는 말도 나왔다. 돌담에 붙은 벽보와 추모 리본에 빼곡히 들어찬 글을 읽었다. “당신의 진심을 이제야 알게 돼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한 인간을 말도 안 되는 죽음으로 내몬 상황을 만든 건 우리 자신이라는 자책이 우리 일행만의 것은 아니었다.
4시간을 기다려 조문한 뒤 돌아서던 한 친구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뉴스 보면서도 한 번도 안 울었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 근데 진짜야.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그랬다. “공정경쟁을 위해 내놓아야 될 것을 안 내놓고 버티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여러분은)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게 뭐지요? 있으면 신고하십시오. 찾아드리겠습니다”라던 사람이었다. 잃어버린 게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는, 가진 것을 잃는 게 두려운 자들의 손에 억울하게 그를 잃었다. 이 억울함과 자책을 내 손으로 풀 수 있을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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