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위버〉
잭 보웬 지음, 하정임 옮김, 다른 펴냄, 3만2천원
미 스탠퍼드대학 인체생물학 전공 4년생 잭 보웬의 삶은, 어느 날 그가 대학 구내서점에서 우연히 이란 제목의 ‘자아’에 관한 철학 에세이집 한 권을 뽑아든 순간 진로를 틀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피부세포만 1분에 3만 개꼴로 교체되는 우리는 한 달 전의 그 우리인가?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가, 뇌가 만든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The Dream Weaver, 꿈을 짜는 사람)는 결국 철학 교수(캘리포니아주 드안자 대학)가 된 보웬이 가상적 잠재의식(꿈)의 세계를 매개로 철학적 사유들을 종횡무진 엮어놓은 책이다.
열네 살 소년 이안이 지은이의 분신인 노인의 도발적인 유도로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일종의 범죄현장 조사”처럼 철학 문제들을 놓고 부모·친구들과 토론하는 논쟁적 대화체 형식의 이 책은 지식에서부터 ‘근친상간은 비도덕적일까’를 묻는 윤리·도덕에 이르는 서양철학 주요 논점들을 13개 분야로 나눠 훑는다.
하얀 셔츠에 오렌지색 빛을 비추면 셔츠는 오렌지색으로 비칠 것이다. 그러면 셔츠의 본래 색은 무엇일까? 경험론자들은 경험적 검증을 앞세우며 셔츠는 흰색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현상론자들은 인간의 눈에 셔츠는 오렌지색으로 보인다고 주장할 것이며, 실체론자들은 우리의 감각은 셔츠 ‘그 자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본래 색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애초에 ‘하얀 셔츠’라고 한 것부터 일정한 조건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특정한 주체가 그렇게 파악하고 그렇게 지칭한 것일 뿐 조건과 주체가 달라지면 모든 게 달라진다. 노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물 속이나 노란 빛만 들어오는 공간 속에 있는 셔츠가 그 환경 속에 있는 어떤 사람 눈에 희게 보인다고 해서 셔츠의 본디 색깔이 희다고 할 수 있을까. 아예 처음부터 하얀 셔츠가 아니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1장 ‘지식’에서 다룬다.
이는 3장 ‘과학’의 ‘내일도 태양이 뜰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에 나오는 양자역학 개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맥이 통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제기방법에 따라 노출된 자연이다.”
조지 산타야나의 이런 얘기는 또 어떤가? “내가 물이 먹고 싶다면 그건 내가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꿈을 꾼다면 그것은 내 안에서 성적인 욕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의지는 징후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것의 뿌리는 물질적인 것이다.”
이런 사유를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적용해볼 수도 있겠다. 내가 믿고 있는 가치나 정치적 견해는 과연 의심의 여지가 없을까?
소설 읽듯 쉽게 흥미진진하게 철학적 사유의 기본기를 마스터하도록 짠 구성이 기발하다.
보웬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나 보들레르의 이 데카르트의 이나 칸트의 보다 더 강렬하고 절실한 철학적 사유의 교육장이 될 수 있다.” 감수자인 철학자 박이문 교수는 “철학적 소설인 동시에 소설 형식을 갖춘 철학 교양서”인 를 요슈타인 가더의 와 비교했다. 쉬운 대답보다 ‘생각하는 방법’을 천착하는 쪽이 더 성숙하고 철학적이란다.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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