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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미얀마에 띄우는 편지

등록 2021-06-11 17:24 수정 2021-06-15 09:50
1367호_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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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미얀마 쿠데타 발생 이후 군부의 유혈 진압이 계속됩니다. 800명 넘는 시민이 숨졌지만 민주화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희망이지만 이들은 미얀마 사태 해결에 소극적입니다. 폭압과 저항이 길어지면서 서민의 삶은 피폐해집니다. 군부가 소수민족 마을을 포격한 탓에 밀림으로 숨어든 시민들은 굶주림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한국 민주화투쟁의 상징인 1987년 6·10항쟁 34주년을 맞은 2021년 6월10일, 미얀마를 집중 조명합니다. 2021년 2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130일간의 저항 기록을 미얀마 청년의 일기 형식으로 담고, 미얀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합니다. 미얀마 군부가 1962년 첫 쿠데타 이후 어떻게 정치권을 장악해왔는지도 짚어봅니다.

앞서 제1358호부터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공감하는 한국 시민이 보내는 편지 ‘#Stand_with_Myanmar 미얀마와 연대합니다’도 싣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이 먼저 연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미얀마 시민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끝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당장 학살을 멈춰야 합니다. 총칼로 권력을 빼앗을 수 있지만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 국민과 함께하겠습니다.”(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미얀마 광주연대 집행위원장)

“당시 제 아버지처럼, 5·18민주화운동은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며 소신을 펼쳤던 소시민이 하나의 씨알이 돼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민중 한 사람 한 사람 또한 이런 씨알이라고 생각합니다.”(김승필 <택시운전사> 김사복씨 아들)

그리고 미얀마와 인연이 깊은 이들이 동참했습니다.

“저는 7년 동안 미얀마 양곤 시민이었습니다. 미얀마의 빛나는 ‘봄 혁명’이 성공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형제들이 피를 흘리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날들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

“2020년 초, 미얀마 양곤의 명상 선원에 한 달 반 동안 머물며 명상 수행을 했습니다. 해사한 웃음을 짓고 선뜻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거리에서 군부가 발사하는 실탄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안전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이현정 마인드트립 대표)

이번호에 담긴 열 번째 편지는 노동효 여행작가가 발신인입니다. “세상엔 무기 뒤에 숨어서 비열한 짓을 일삼는 깡패들이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됐냐고요? 한국인들은 이제 그들을 사람 취급도 안 합니다. 나는 믿습니다, 미얀마의 군인 깡패도 한국의 비겁자와 다르지 않은 말로에 이를 것을.”

‘미얀마와 연대합니다’는 어린 시절에 접한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며 기획했습니다. 폐허가 된 땅을 떠도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존을 모른 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라디오로 매일 방송하는 언론인 이야기입니다. 메시지를 보내는 언론인은 소용없는 일이라는 주변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방송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은 그 방송 덕분에 허허벌판을 헤맬 힘이 생겼고 결국 돌아왔습니다.

미약하나마 그 라디오 방송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한국어와 미얀마어로 매주 편지를 띄웁니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 #Stand with Myanmar 미얀마 연대 메시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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