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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문제다
등록 2018-09-04 16:26 수정 2020-05-03 04:29

18년 묵은 숙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거나 수업을 듣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누군가에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위해 어떤 이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제1227호 표지이야기는 2018년에도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죽는 현실에 주목했다. ‘갑자기’ 표지로 결정된 뒤 지하철 1~8호선을 헤맨 이승준 기자를 소환했다. 그의 평소 관심과 고민의 지속이 없었다면 쓰지 못했을 이야기다.

휠체어 리프트에 주목한 계기는.

고 한경덕씨는 2017년 10월20일 지하철 1·5호선 환승 계단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다 굴러떨어졌다. 98일간 사경을 헤매다 올해 1월25일 돌아가셨다. 관련 보도를 보고 18년 전 대학생활이 떠올랐다. 동기 중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 남성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없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그는 동기들에게 업혀야 했다. 그와 영화를 보러 가는데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벌벌 떠는 모습을 봤다. 리프트 운행 중 흘러나오는 요란한 경보음에 사람들 모두 우리를 쳐다봐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도 났다. 그때 생각이 계속 났다.

취재 과정에서 기시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던데.

장애인 동기와 대학생활을 하던 중 장애인 2명(2001·2002년)이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다. 고 한경덕씨 사고 때 ‘한번 취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 미루고 있었는데, 유족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를 봤다. 공사가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다. 이번에 휠체어 리프트 사고 현황을 찾아보니 대부분 그때와 비슷했다. 2018년에도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번에 미루던 숙제를 했다.

취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공사가 “휠체어 리프트 안전 기준을 준수했다”고 하고선 신길역 직원 호출버튼을 계단에서 떨어진 곳에 새로 설치한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다. 18년 전 친구와 다녔던 동선을 떠올리며 여러 지하철역을 다녔다. 주요 환승 구간마다 엘리베이터 대신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다. 취재 중에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70대 남성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청력이 안 좋아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는 병원에서 약을 받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했다. 한경덕씨도 병원에 가려다 사고를 당했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지하철을 재구성할 때마다 모든 게 새로웠다.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인들만의 문제인가.

2년 전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지하철을 몇 번 타봤다. 일단 환승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환승 엘리베이터를 찾기도 어렵다. 5호선 광화문역 등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 결국 이동을 포기했다. 한 손에 아이를 안고 한 손에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려니 화가 치밀었다. 장애인들은 지난 18년 동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거리에 나와 싸웠다. 엘리베이터가 하나둘 늘어가며 노인, 임신부, 유모차 동반자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도 확대됐다.

뉴스룸에서

변지민 기자가 제1221호 천안함 생존 장병 기획탐사보도로 8월31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습니다. 독편 카톡방에서 축하가 쏟아졌습니다.

“살아남은 게 죄가 아닌,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물레방아)

“변지민 기자님의 이례적인 취재 동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고, 하어영 기자님의 ‘살아남은 당신들께 무례했습니다’라는 소회 글이 인상 깊어서 잘 읽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는뎅… 꼭 좀 전해주세요!! 언론이나 모두 과거의 잘못된 점(?)을 뉘우칠 때 가장 멋있는 것 같아요.”(꿈뚱뚱이)

“기자님 기사 읽고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사건만 바라보며 편견에 찬 판단을 했던 저를 많이 반성했었어요~”(박서진)

“상을 받을 만한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아샤)

“미처 몰랐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준 좋은 기사였어요.”(김지영)

“정말 읽으면서 ‘오~’ 했던 기사는 반드시 상을 받고야 마는군요~!! 축하드립니다~”(밥그릇)
“글을 읽으면서 기자님이 가지셨던 감정을 저 또한 미약하게나마 느꼈기에 그분들께 죄송한 맘이었습니다. 용기 있는 기사 감사했고 축하드립니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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