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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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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록 2016-09-07 17:27 수정 2020-05-03 04:28

“내 꿈을 을 통해 듣고 보면서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고시 준비생.” 지난 설 퀴즈큰잔치 응모 엽서에 김아인 독자는 짧지만 강렬한 메모를 남겼다. 1990년생 27살 고시준비생에게 도대체 이 무슨 재주로 꿈을 키워줄 수 있단 말인가? 궁금해 전화를 돌렸다. 마감이 촉박한 금요일 오후, 연결음이 한 번 울리다 끊어졌지만 두 번 시도했다. 툭 던지는 말에도 “하하하하” 기분 좋게 웃어주는 청춘이 수화기 너머에 있었다.

김아인 제공

김아인 제공

<font color="#008ABD">이 꿈을 키워주다니, 말이 되나요? </font>

하하하, 노무사 준비생이에요. 노동 관련 얘기가 많이 실리잖아요. 쌍용차 고공농성같이요.

<font color="#008ABD">아, 고시가 그 고시군요. </font>

충남대 사회학과 마지막 학기인데요. 내년 8월에 시험 봐요.

<font color="#008ABD">노무사, 그거 노동자도 돕고 되게 좋은 거 같던데요? 부럽습니다. </font>

물론 돼야 되겠지만, 노무사 일을 하다가 나중에 기자를 하고 싶어요. 노동 전문 기자요. 이미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font color="#008ABD"> 아, 그래서 저희가 더 도움이 되겠군요. 글 쓰는 일에 관심 있으신가봐요? </font>

네, 책을 좋아해서요.

<font color="#008ABD">즐겨 보는 칼럼으로 <font color="#C21A1A">‘양 기자의 워킹맘’</font>을 꼽았어요. 25살 청춘인데 왜요? </font>

어? 27살인데….

<font color="#008ABD">아, 90년생… 2014년으로 계산했네요. 요즘 깜빡깜빡해요. </font>

죄송요. 하하하하. 스물다섯, 감사합니다~. 지금 학교에 편입하기 전에 직장에 잠깐 다녔어요. 출산휴직을 했다가 복직한 여성들이 눈치를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경력 단절 여성도 많고요. 저도 자격증 가지고 일하다 엄마가 돼서 복직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멀리 생각해봤어요.

<font color="#008ABD">주소가 광주다 했는데, 역시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시네요. </font>

하하하, 그래요.

<font color="#008ABD"> 시험 준비하느라 은 언제 봐요? </font>

모아놓았다 보기도 하고. 표지이야기 먼저 보고, 관심 있는 기사를 보다가, 나중엔 구석구석 살펴봐요.

<font color="#008ABD">3단계 독서법이군요. </font>

최근엔 노동 기사가 많지 않아요. 세월호 추적보도를 감사해하며 재미있게 봤는데, 노동 기사도 많이 다뤄주세요. 요구르트 아주머니들이 노동자가 아니란 판결도 있었고, 삼성 백혈병 노동자 산업재해 판결도….

<font color="#008ABD">아, 그러네요. 이슈가 없었던 게 아니네요. </font>

참,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기사 관심 있게 봤어요.

<font color="#008ABD">기승전‘노동’이시네요. 좋아요, 좋아. 오늘 ‘불금’인데 뭐하세요? </font>

알바하고 있어요. 아, 약국 아르바이트 해요.

<font color="#008ABD">어? 약국 카운터 기사 봤어요? </font>

봤어요. 저희 약국은 준법 사업장이에요. 하하하. 같이 일하는 약사님도 참 좋아요. 이런 약국도 있구나 하면서 기사 봤어요.

<font color="#008ABD">그럼 꿀알바 아닌가요? </font>

맞아요. 꿀알바예요. 전 뒤에서 시럽 따르고 그래요. 요즘 엄마들이 많이 예민해졌어요. (약국에) 오셔서 ‘저기 (조제실) 안에 약사 있어요?’ 물어봐요.

<font color="#008ABD">와, 기사 효과 만빵인데요. 일을 어렵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font>

아뇨. 좋은 일이죠. 좋아요.

<font color="#008ABD">저도 사회학과 나왔는데, 거긴 왜 갔어요? </font>

신문 자주 보고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font color="#008ABD">음, 특별히 가르치는 게…. </font>

하하하. 비판력만 엄청 늘었어요.

<font color="#008ABD">살기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요? </font>

아뇨. 너무 잘 왔다고 생각해요. 뭔가 길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분? 제가 하고 싶었던 일과 계속 이어지니까요.

<font color="#008ABD">노무사 시험 준비도 그렇게 하게 된 거군요. 참, 처음엔 어떻게 보게 됐어요? </font>

사회학과를 한번 가보자, 하면서 사회경제 주간지를 봤어요. 제일 눈에 띄고 솔직하게 남의 눈치 안 보는 기사가 (에) 있더라고요. 내가 평소 보면서 ‘왜 이러냐?’ 하는 일들이 실려 있었어요.

<font color="#008ABD">시험이 언제예요? </font>

내년 8월요. 6월에 1차고요.

<font color="#008ABD">합격하고 독자 인터뷰 한 번 더 나오세요. </font>

그렇게 되면 좋죠. 정말 좋죠. 하하하.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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