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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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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지구를 지키는 방법

등록 2023-04-11 06:26 수정 2023-04-11 06:33
이동우 시인 창비 제공

이동우 시인 창비 제공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의 단체 카카오톡방 ‘한겨레21 지구를 지켜라’에 경사스러운 소식이 올라왔다. 카카오톡방 일원인 이동우 시인이 2023년 3월10일 첫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창비)를 출간한 것이다. 재난과 기후위기, 동물 착취 등 고통받는 약자의 경험을 시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다.

ㅡ독자들에게 시집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기후 재난과 생태계 붕괴, 코로나 팬데믹 등 인류와 지구가 당면한 비극적 현실을 시로 다뤘다. 주제 의식을 함축한 소제목을 보면 1부 ‘당신의 안부를 물었다’는 갇히고 다친 동물들에게 묻는 안부다. 2부 ‘슬픔 없는 나라로’는 세월호와 전쟁, 과로로 쓰러져간 이웃들을 묘사했다. 3부 ‘밤이라는 빈칸’에서는 당신과 내가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를 그렸다.”

ㅡ시를 평소 어떻게 쓰나.

“며칠을 앓으며 상대방의 경험을 상상 속에서 체험하고 꿈 속에서 그들과 만난다. 그들의 울음에 귀 기울이고 같이 공명했을 때 비로소 시가 완성된다. 그렇게 가닿지 못한 작품은 결국 포기한다. 페미니즘, 여순 사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를 다룬 시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쓰였다.”

ㅡ사회구조 속 억압받는 약자들의 경험을 주로 다뤘는데 이유가 있나.

“내게는 그게 남의 일이 아니다. 도시인들이 기후 문제를 더는 팔짱 끼고 볼 수 없게 됐듯, 고통받는 약자의 일도 남 일처럼 느낄 수 없다.”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표지. 창비 제공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표지. 창비 제공

ㅡ시집 제목을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로 지은 이유는.

“운다는 건 솔직하고 생래적인 반응이다. 누군가의 울음을 듣고 함께 운다는 건 타자와 소통하는 근원적 방법이다. 인간과 자연도 수평적 공동체로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ㅡ요즘은 어떤 시를 쓰고 있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시를 쓴다. 참사가 일어난 비탈진 골목길에 서서 눈을 감고 그날의 비명과 죽음을 생각한다. 오는 4월5일엔 참사 유가족들을 뵙고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시 낭송도 한다.”

<21> ‘비건 비긴’(Vegan Begin) 통권호(제1424·1425호)를 통해 연을 맺으셨다고 들었다. 독자로서 한겨레21에 한마디 남긴다면.

“2022년 ‘비건 비긴’ 통권호를 인상 깊게 읽었고 마침 신문사에서 후기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그 후 단체 카카오톡방 ‘한겨레21 지구를 지켜라’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데, 톡방 이름처럼 ‘지구를 지키기’ 위해선 독자(이웃)끼리 손 맞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겨레신문>과 <한겨레21>은 내가 이웃의 소식을 접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이다. <21>을 응원한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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