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안종녀씨는 <한겨레21> 기사 여러 건의 취재원이었고, 지금은 오래된 정기독자다. 안종녀씨는 서울 홍익대 인근 칼국숫집 ‘두리반’의 주인장이다. 2006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 두리반을 많은 시민이 ‘즐거운’ 연대로 지켜줬다. 그렇게 다시 가게를 차리고 지난해 12월,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다시 올봄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자영업자를 비껴가지 않았다. 안종녀씨가 바쁘다며 전화기를 ‘진짜 독자’라는 남편 유채림씨에게 넘기고 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긴 했는데 매출은 어떤가. 70% 정도까지 올라온 것 같다. 지금 부부 둘이서 일해 많이 바쁘다. 3~4월 손님이 없을 때 일하시는 두 분이 장사가 안돼서 미안하다며 일을 관뒀다. 주인집은 집세가 밀리는 건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냐고 하다가 사정을 듣고는 월세를 깎아줬다. 그 월세도 대출받아서 내고 있다. 매출이 30~40% 줄어드니 엉망이 되는 거다. 지금은 바빠져도 사람은 쓸 수 없고 몸이 곱으로 힘들다.
<한겨레21>은 열심히 보고 있나. ‘우리’ 정은주 편집장으로 바뀌었는데, 몸이 힘들어서 글을 읽기가 힘들다. 오고 나서 첫 표지이야기가 이윤택 #미투 이야기여서 역시 여성 편집장이라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코로나 뉴노멀’ 통권호에선 ‘G제로 시대’ 기사를 열심히 보았다. 상황을 죽 짚어주니 재밌게 보았다. 한창훈 소설가의 칼럼(‘한창훈의 산다이’)이 나오는 호를 손꼽아 기다리며 읽었다. 고경태 기자의 베트남 리포트 ‘1968년 그날’도 기다리면서 읽었다. 고나무 기자의 프로파일러도 재밌었고. 지금은 손꼽아 기다리는 칼럼이 없는 게 섭섭하다.
통권호를 낸 뒤 한 주를 쉬었는데 정기구독자로서 섭섭하지는 않았나. 얼마든지 감내해야지. 신문도 이를테면 사흘 휴가인데 이틀만 안 내고 신문을 내면, 신문 발행 때문에 배달이나 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못 쉬는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물러가야 <한겨레21>을 여유롭게 읽겠다. 그렇다. 지금도 안종녀 사장님은 깍두기 담그고 있다. 깍두기, 보쌈김치, 겉절이, 만두 모두 직접 만들기 때문에(광고를 잊지 않는다) 일이 많다.
여름에는 칼국수 먹기에 좀 덥지 않나(호응해 광고성 멘트 유도 질문을 한다). 냉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칼국수가 맛있다. 에어컨 밑에서 뜨거운 거 먹으면 덥지도 않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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