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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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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단박인터뷰

등록 2020-07-04 04:22 수정 2020-07-04 04:22
정서진 제공

정서진 제공

“지금처럼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2005년생 독자가 올해 설 퀴즈 응모엽서에 남긴 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저는 서진이 아버지입니다. 서진이는 휴대전화가 없어요”라는 예상 밖 목소리에 말을 더듬었다. “아버님이라도 (인터뷰를)…”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서진이가 인터뷰한다고 하면 너무 좋아할 거예요. 서진이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전화는 이렇게 사람을 건너고 또 건넜다. 기자가 독자의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독자의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독자인 학생에게. 정서진(15) 독자와의 인터뷰는 ‘연대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서진 학생은 충북 옥천의 한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선생님 휴대전화를 빌린 학생과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다. 학교 규칙상 휴대전화를 쓰지 못한다. 부모님에게 전화할 땐 공중전화에서 콜렉트콜(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로 한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다.

휴대전화 없는 삶이 불편하진 않나. 전화 못해서 불편한 것 빼곤 없다. 과제를 할 때 정보 검색이 필요하면 학교에서 컴퓨터를 쓸 수 있다. 휴대전화를 가지면 자제 못할 것 같다. (웃음)

대안학교 수업은 어떤가. 가지공부와 뿌리공부가 있다. 가지공부는 일종의 수업이고, 뿌리공부는 학년별 주제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속한 9학년은 ‘나를 세우다’가 주제라서 앞으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쓴 유시민 작가를 인터뷰하고 싶다. 아, 오늘 농사 수업에서 심은 감자를 캤다. 비가 그치면 친구들이랑 구워 먹을 거다.

내년이면 고등학생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걸 준비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 또 대학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가고 싶다. 북유럽은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북유럽에서 배워,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를 바꾸고 싶다.

<한겨레21>은 언제 보나. 엄마 아빠가 구독한 지는 오래됐는데, 나는 페미니즘과 정치에 관심 갖게 되면서 2년 전부터 보고 있다. 부모님 집에 <21>이 월요일마다 배송된다. 나는 금요일 집에 가면 본다.

이 인터뷰도 금요일에나 보겠다. 부모님한테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웃음)

인터뷰를 마친 뒤 선생님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선생님 전자우편으로 받았다. 오른쪽이 서진 학생, 왼쪽이 가장 친한 친구 ‘최영서’.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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