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하시느라 고민하신 기자님께 드리는 웃자고 죽이는 말 -상황극->
닫힌 문을 들고(열고) 들어온 손님 왈
손님: 아니 왜 손님에게 인사도 없어!
주인: 남의 집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 인사하면 되지. 노크하고 인사하고 들어와야지
손님: 아니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주인: 살다보면 있지 뭐 그려! 인사 잘하면 공짜도 있어. 담엔 인사하고 들어와요.
<한겨레21> 한가위 퀴즈큰잔치 응모엽서 뒷면에 웬 상황극 대본이 가득 채워져 있다. 퀴즈 응모 독자는 세 그룹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형’, 상품 취득이 목표인 ‘목적지향형’,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쓴소리형’. 그런데 이분은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 분 같다. 뭐랄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자기만족형’ 같은.
‘음식값’엔 친절과 ‘써비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미녀(55)씨다. 이미녀 독자는 경기도 동두천에서 시래기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상황극이 너무 재미있어서 꼭 통화하고 싶었다. 특히 메뉴에 친절은 없다는 부분이. 응모엽서 분류할 때 읽고서 웃었으면 좋겠어서 썼다. 예전부터 여성에게 웃음을 강요한다고 느꼈다. 식당 손님은 70~80대 어르신이 많다. 내가 웃고 있지 않으면 “화났냐”거나 “남편이랑 밤에 안 좋았냐”는 성희롱을 한다. 그럼 “3천만원 있냐? 성희롱하면 3천만원”이라고 되받아친다. (1993년 서울대 신아무개 교수가 조교를 성희롱했는데 그 조교가 문제제기를 하자 임용에서 탈락시킨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신 교수에게 3천만원을 조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이 많나. 우선 내가 여성이기도 하고 호주제 폐지라든지, 가정폭력·성폭력 법을 제정하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무임승차는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나의 현재이기도 내 딸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일상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에 맞서는) 실천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 마스크가 코 아래로 내려온 여성이 짐을 들고 버스에 타자, 기사가 “에이, 씨× 아줌마 코 뚫렸어?”라고 했다. 근데 바로 뒤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버스에 오르는 남성에겐 “사장님 마스크 쓰세요”라고 하는 거다. 성질나잖아. 그럼 “기사님, 표현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말 하고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다. (웃음)
식당은 얼마나 운영했나. 약 20년 됐다. 서울에서 식당을 하다가 동두천에 온 지는 6년 정도 됐다. 청국장, 시래기국밥, 도토리묵무침을 판다. 고깃집보다는 환경오염이 덜 되는 것 같다고 의미 부여를 한다. 나만의 자존감 같은 거다.
너무 말씀을 재미있게 하셔서 해야 하는 질문도 못했다. 언제부터 <한겨레21>을 구독했나 같은 질문은 하지 마라. 질문을 바꿔서 언제까지 구독할 거냐고 물어라. 그럼 녹내장이 올 때까지, 눈이 침침할 때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겠나.
그럼 언제까지 구독할 건가. 눈이 침침해져서 못 볼 때까지. 그리고 1년 구독료가 30만원까지 올라도 볼 것 같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자두농사 청년’ 향년 29…귀촌 7년은 왜 죽음으로 끝났나
“사단장께 건의했는데”…‘해병 철수 의견’ 묵살 정황 녹음 공개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에 황운하…10분 만에 만장일치로
도시에서 떠밀려온 의사, 우리도 원하지 않아요
‘도로 친윤’ 국힘…이철규 원내대표 밀며 “욕먹어도 단일대오”
용산 국가안보실·공직기강실 동시다발 전화…‘채상병 기록’ 회수됐다
하이브, 민희진 오늘 고발…“‘뉴진스 계약 해지’ ‘빈껍데기 만들자’ 모의”
뒤집혀 착륙한 일본 달 탐사선, ‘영하 170도 밤’ 세번째 살아남았다
4월 25일 한겨레 그림판
의대교수 집단휴진에 암환자들 “죽음 선고하나” 절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