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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지갑 청소를 해본 적이 있는지? 얼마 전 지갑을 사고 5년 만에 처음으로 지갑 청소를 해봤다. 은근, 뿌듯한 느낌. 내가 돈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갑을 청소하게 된 계기는 돈을 깨끗이 모셔두어야 돈도 좋아한다는 아무개 저자의 책을 읽고 나서다. 돈도 사람처럼 인격 비슷한 게 있기 때문에 돈을 친절하고 존중하는 느낌으로 대할 때 돈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고 오랫동안 나에게 머무르려 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배금주의’ 같기도 하고 자본주의 시대의 미신 같기도 하지만, 확실히 내 지갑 속의 돈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지갑 속에 자리를 잡기 전 얼마나 긴 여행을 했을까. 시장 아줌마의 주머니에 꾸깃꾸깃 있어보기도 했을 것이고 가난한 동네 소년의 유일한 용돈이 되어 한없는 기쁨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것이며 바닥에도 떨어져봤을 것이고 노름판도 구경했을 것이다. 이 닳은 모서리는 어딘가에서 겪은 짐작하지 못할 사연의 훈장이다. 돈과 더불어 지갑을 청소까지 하게 된 것은, 솔직히 이 돈이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갑을 청소하기 위한 첫 번째 일로, 지갑에서 모든 것을 꺼내놓는다. 돈, 카드, 사진, 신분증, 포인트 쿠폰, 영수증·메모지 뭉치 등을 꺼낸 뒤 지갑 겉면과 안쪽을 물티슈로 닦는다. 꼼꼼히 하나하나 닦다보면 오래된 먼지가 나온다. 그런 다음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그다음 필요 없는 카드와 포인트 쿠폰, 영수증, 메모지 등을 모두 버린다. 비좁지 않게 포인트 쿠폰도 매일 쓰거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쓰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거나 따로 정리한다. 돈이 편하게 있도록 관련 없는 것은 모두 빼놓는다.
카드들도 닦아보자. 아마 카드를 닦아본 적은 없을 것이다. 닦으면서 한 해 동안 고생했다고, 내년에는 좀더 친근하게 지내자고 얘기도 해보자. 카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갑 안에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돈도 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으로 나눠서 얼굴이 잘 보이도록 가지런히 배열한다. 그러고 나면 지갑을 꾸밀 생각이 난다. 예쁜 가족사진을 찾아보았다. 이제는 10년도 넘은 얼굴이 담긴 신분증도 깔끔하게 닦았다.
연말이다. 지갑을 청소하면서 그동안 빚진 분들 생각도 하고 내년에는 더욱 알차게 벌고 쓰는 습관을 가지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지갑 청소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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